이희호 여사 靑서 경호 "문제가 없다"는 법제처

조선일보
  • 안준용 기자
    입력 2018.05.01 03:23 | 수정 2018.05.01 07:37

    경호연장 법안 처리 안 됐는데… 文대통령 "계속 유지" 지시해 논란
    法개정 사항을 행정부 해석에 맡겨… 법조계 "국회 입법권 침해했다"
    "親文 법제처장, 코드 해석" 지적도

    법제처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경호와 관련, "대통령 경호처가 계속 경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 내용을 청와대에 회신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지난 2월 이 여사에 대한 경호처 경호 기간(15년)이 만료되자, 경찰 대신 청와대가 계속 경호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5일 "경호처가 계속 경호를 맡으라"고 지시하면서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대통령 경호법)'의 유권해석을 법제처에 의뢰했다. 경호처는 경찰에 업무 이관을 준비하다가 대통령 지시 이후 입장을 바꿨다.

    법제처는 이날 "대통령 경호처는 경호 기간이 종료된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에 대해 '그 밖에 경호처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要人)'을 적용해 경호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현행법에는 경호처 경호 대상이 '대통령과 그 가족' '그 밖의 국내외 요인'으로 규정돼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여사를 '그 밖의 요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경호처가 경호를 맡아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 주장을 법제처가 그대로 따른 것이다.

    법제처는 "대통령 경호법상 경호 대상은 '의무적 경호 대상'과 경호처장 재량에 따라 경호를 제공하는 '임의적 경호 대상'으로 나뉜다"며 "한 번 의무적 경호 대상에 해당했다고 해 절대로 임의적 경호 대상에 해당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이는 경호처장이 제반 사정에 비춰 신변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경호를 제공해 국익 보호의 공백을 방지하려는 취지"라며 "예외적·보충적이기 때문에 법에서 경호 기간을 제한하는 취지가 무력화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 여사를 그 밖의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대통령과 그 가족'이 별도 항목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반론이 나왔다. "그간 이 여사 경호를 위해 대통령 경호법을 두 차례나 개정해 왔는데, 법 개정이 안 되자 청와대가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앞세워 입법 취지를 무력화시켰다"는 지적도 적잖다. "국회 입법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여사 경호는 당초 김대중 전 대통령 퇴임 후 7년인 2010년까지만 경호처가 맡도록 돼있었다. 이후 경호법을 개정해 경호처 경호 기간을 2010년에 10년으로 늘렸다. 2013년엔 한 번 더 개정해 경호 기간이 15년으로 늘었다. 정부는 작년 10월에도 경호 기간을 20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대통령 경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처리가 보류된 상태다.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는 2005년부터 경찰 경호를 받고 있다.

    김외숙 법제처장이 법무법인 부산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점도 '코드 유권해석' 논란을 빚고 있다. 문 대통령이 먼저 의견을 밝힌 뒤 법제처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이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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