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기업에 "기부금 2700억 내라"

조선일보
  • 안준호 기자
    입력 2018.05.01 03:01 | 수정 2018.05.01 07:36

    2차 산업혁신운동 참여기업 대상… "기존보다 20% 더 달라" 요구도
    산업부 "자발적 출연 요청했을뿐"
    업계 "정부 요청 받고 무시할 기업 있겠나"

    정부가 대기업과 협력사 간 동반 성장을 확대하는 '산업혁신운동'을 추진하면서 대기업에 2700억원대 기부금을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산업혁신운동 1단계 사업(2013년 8월~올해 7월)에 참여한 대기업에 2단계 사업 참여와 기부금 출연을 요청했다. 산업혁신운동은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위해 대기업과 1차 협력사 중심의 상생 협력 관계를 2·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는 사업이다.

    산업부는 지난 3월 말부터 대한상공회의소 산업혁신운동 중앙추진본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함께 대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이같이 요청했다. 일부 대기업은 대한상의를 통해 1단계 사업 때보다 20% 많은 기부금 출연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협력사의 부담을 대기업이 납품 단가를 올려 보전해주고 있다"며 "안 그래도 경영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의 부담이 대기업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산업부는 "1단계 출연 기업과 사업 계획을 협의하면서 자발적 기부금 출연을 요청했을 뿐 압박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산업 혁신 운동 1단계 사업은 2013년 8월 시작해 올해 7월 마무리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97사가 참여해 지난 5년간 2277억원을 기부, 1만 중소기업에 1사당 2000만원 상당을 지원했다. 1단계 사업에서는 기부금 중 92%(2098억여원)를 대기업이 냈다. 올 8월부터는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까지 범위를 넓힌 2단계 사업을 추진한다.

    정부는 2단계 사업에서도 대기업의 참여와 기부금 출연을 요청했다. 그러나 기부금 수백억원을 내야 하는 기업들은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1단계 사업에 참여했고, 2단계 사업 참여를 요청받아 검토 중"이라며 "대한상의를 통해 1단계 때보다 20% 더 많은 기부금을 출연해 달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에 기부금 출연을 요청했지만, 구체적 금액을 말한 적은 없다"며 "기업이 '얼마를 기부하길 원하느냐'고 물었지만, 우리가 얘기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기업이 에둘러 전체 기부금 총액 수준을 물어 지난번보다 20%정도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말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을 받은 뒤 무시할 수 있는 기업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최근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등 경영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거액 기부금을 출연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또 정부의 기부금 출연 요청에 '울며 겨자 먹기'로 기부금을 출연했던 기업인들이 '적폐'로 몰려 구속·수감된 전례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박건수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1단계 사업으로 중소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이 제조 중소기업 평균을 상회하고, 현재까지 6953명 고용 창출 효과도 있었다"며 "산업 혁신 운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사가 상생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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