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해 공범, 감형에도 무덤덤

조선일보
  • 신수지 기자
    입력 2018.05.01 03:01

    朴씨 살인공모 대신 방조 혐의
    항소심서 무기징역→13년형으로… 결심 공판땐 검사에 욕설 퍼부어
    주범 金양은 1심과 마찬가지로 소년범 법정 최고형 20년 선고
    심신 미약 주장도 안 받아들여져

    "피고인 박○○이 김△△의 범행을 지시하거나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살인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

    30일 오후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린 서울고법 404호 법정. 재판장인 김대웅 부장판사가 주범 김모(18)양의 살인죄 공범으로 기소된 박모(20)씨에 대해 이같이 판단하자 방청석에선 울음이 터져 나왔다. 초조한 표정으로 선고를 듣던 박씨의 가족과 지인들은 가슴을 움켜쥐며 흐느꼈다.

    그러나 정작 박씨는 자신의 살인 혐의가 벗겨지는 순간에도 별다른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선고 시작부터 끝까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재판장만 바라봤다. 지난 20일 열린 결심(結審)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求刑)한 검사를 향해 "개XX"라고 욕을 하며 흐느끼던 때와는 대조적이었다. 주범 김양 역시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7부는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1심을 깨고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1심이 유죄로 인정했던 살인 혐의 대신 '살인 방조' 혐의를 적용한 결과다. 반면 주범 김양에겐 1심과 같이 소년범에게 내릴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여고 중퇴생인 김양은 지난해 3월 인천의 한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를 집으로 유괴해 살해하고 시신을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김양과 살인을 공모하고 시신 일부를 건네받은 뒤 버린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당초 박씨를 김양의 범행에 도움을 준 살인 방조범으로 기소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처음부터 김양과 박씨가 살인을 계획했다고 보고 살인죄로 기소 내용을 바꿨다.

    김양은 법정에서 "박씨가 신체 일부를 갖고 싶어했기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인터넷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만난 두 사람은 평소 공통 관심사인 살인, 사체 해부 등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눴고 이 과정에서 박씨가 김양에게 범행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평소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역할극의 일부로 한 말일 뿐 실제 상황인 줄 몰랐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1심은 김양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박씨를 살인죄의 공범으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양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양은 박씨의 거부하기 힘든 지시에 의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면 낮은 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사실을 과장해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박씨가 주도적으로 신체 일부를 갖다 달라고 한 게 아니라 김양의 가정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답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두 사람이 초등생을 납치해 살해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아 상황을 공유하면서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박씨에게 살인 방조의 책임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화 내용을 보면 김양이 현실에서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범행을 하는 것을 박씨가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살인 방조 책임을 인정했다.

    범행 당시 제대로 된 생각이나 판단을 할 수 없는 심신 미약 상태였기 때문에 형량을 낮춰 달라는 김양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양이 범행을 계획적으로 준비했고 범행 직후에도 현장 정리를 했으며, 태연하게 컴퓨터를 한 것을 보면 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정신 감정 결과에 의하더라도 김양은 이상이 없고 오히려 전반적 지적 능력은 평균보다 높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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