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부산 日공관 앞 '징용 노동자상' 설치 강행

입력 2018.05.01 03:01 | 수정 2018.05.01 07:40

오늘 총영사관 앞 6000명 집결… 설치 땐 한·일 외교마찰 불보듯
외교부·부산시 불허 방침 확고… 경찰, 3000명 투입해 저지키로

민노총 부산본부가 주도하는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는 1일 일본총영사관 앞 강제징용 노동자상(이하 징용상) 건립을 강행하겠다고 나섰다. 이 단체는 지난해 3월 건립을 선언하고 모금을 거쳐 동상을 제작했다. 정부가 "외교적 문제를 일으킬 사안"이라며 분명한 반대 뜻을 밝혔으나 아랑곳하지 않는 태세다. 강제징용자상 문제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1965년 한·일 회담 문서공개 후속 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를 통해 매듭지어진 것으로 결론 났다. 역사적 연고가 없는 곳에 징용상을 설립해 양국 갈등을 부르는 것은 한국의 외교적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감정적 행위라는 지적이다.

◇외교부·부산시 "설치 불가"에도 강행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는 1일 오후 1시 30분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공동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오후 2시부터 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다. 노동자대회에는 민노총 부산본부 조합 5000명과 징용상 건립을 지지하는 시민 1000명 등 총 6000명이 모일 예정이다. 노동자상은 오후 3시 50분 설치에 들어간다.

30일 민노총 부산본부가 주도하는 단체가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옆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옮겨놨다. 단체는 1일 소녀상 옆에 설립을 강행할 예정이다.
30일 민노총 부산본부가 주도하는 단체가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옆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옮겨놨다. 단체는 1일 소녀상 옆에 설립을 강행할 예정이다. /뉴시스
부산경찰청은 단체 측이 일본총영사관 100m 안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1일 총영사관 주변에 39개 중대 3000명을 배치해 징용상 설치를 막을 예정이다. 그러나 이 단체는 "징용상 건립 부지에 대한 선택권은 부산 시민들의 몫"이라며 설치를 강행할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외교부, 부산시, 동구 등은 설치를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과거에도 징용자상이 설치된 사례는 있으나 총영사관 앞 설치 시도는 이번이 유일하다. 세 기관 관계자와 부산경찰청은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합동 회의를 갖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외교부는 지난달 17일 "부산 일본총영사관 인근 징용상 설치는 외교 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 예양과 관행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고 외교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큰 사안"이라며 "징용상은 일제 강제 동원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후세에 대한 역사 교육을 위해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등 적절한 장소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문을 부산시와 동구, 민노총 부산본부 등에 보냈다.

일본 영상관 앞 징용상 문제점

부산시도 일찌감치 "일본총영사관 앞 징용상 설치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동상 설립 장소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등을 단체 측에 권유했다. 부산시 측은 "해당 단체 측이 시의 제안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동구는 최근까지 "법이 국민감정을 이길 수 없다"면서 "민노총에서 설치한다고 하면 소녀상처럼 설치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설치 강행 움직임이 바쁘게 돌아가자 설치 불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문가들 "과거에 발목 잡혀 싸움만"

전문가들은 민노총 등이 주도하는 징용자상 설치 시도가 과거에 발목 잡히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강남주 전 조선통신사 기록물 세계기록유산등재 한일공동추진위 학술위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사실은 잊을 수 없는 악행이지만 과거에 사로잡혀 싸움만 하는 것은 국가적 소모"라고 말했다. 조세영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소장은 "일본총영사관 바로 앞에 징용 노동자상을 설치하면 반드시 외교적으로 우리에게 부담이 된다"면서 "각자 국민으로서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건식 부경대 일어일문학부 교수는 "한·일 양국 간 외교적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시기나 설치 장소에 대한 한·일 양국, 정부와 지자체, 징용자상 추진 단체 간의 상호 논의가 좀 더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옛 日대사관 맞은편에도 노동자상 설치 추진하다 종로구 불허하자 무산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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