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美가 불가침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 갖고 어렵게 살겠나"

조선일보
  • 이용수 기자
    입력 2018.04.30 03:00 | 수정 2018.04.30 08:00

    ['판문점 선언' 이후]

    靑 "비핵화 직접적 육성"이라는데… 김일성때부터 해온 말
    金 "난 태평양에 핵쏘고 美 겨냥할 사람아냐, 대화하면 알것"
    실제론 작년 美 타격용 9발 발사… 전문가 "유체이탈 화법"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체질적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우리와 대화를 해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9일 전했다. 김정은은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終戰)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라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를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직접적 육성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2012년 집권 이후 6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동해와 태평양 쪽으로 발사했고, 한·미를 위협했다. 그런 김정은이 "난 그럴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북은 최근까지 미국에 온갖 협박과 저주를 퍼부어왔다"며 "김정은의 유체이탈 화법이 엿보인다"고 했다.

    작년에만 美 타격용 미사일 9발 쏴

    김정은은 작년에만 다양한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20발을 발사했고, 이 가운데 미국 본토 또는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50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은 화성 12형 6발(3발 실패), 화성 14형 2발, 화성 15형 1발 등 9발에 이른다. 8월과 9월에 쏜 화성 12형은 정상 각도로 발사돼 각각 2700㎞와 3700㎞ 떨어진 태평양 한복판에 떨어졌다. 김정은은 이때마다 미국에 위협적 언사를 퍼부었다. 5월 화성 12형 발사 직후에는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 지대가 우리의 타격권 안에 들어 있다"고 했다.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에 화성 14형을 쏜 뒤에는 "우리에게서 받은 선물 보따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것 같은데 앞으로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들을 자주 보내주자"고 했다.

    북한은 작년 8월 "화성 12형으로 괌도(島)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 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6일 뒤 "위력 시위 사격이 단행된다면 미국놈들의 숨통을 조이고 모가지에 비수를 들이대는 등 가장 통쾌한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북한은 8월과 9월 화성 12형을 정상 각도로 쏘며 괌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김정은은 "태평양상에서의 군사작전의 첫걸음이고 침략의 전초기지인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또 9월 첫 본인 명의 성명에서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트럼프 대통령)를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와선 완전히 다른 말을 한 것이다.

    익숙한 북의 '무력 불사용' 약속

    윤 수석에 따르면, 김정은은 또 "조선전쟁의 아픈 역사는 되풀이 않겠다. 한민족이 한 강토에서 다시는 피 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결코 무력 사용은 없을 것임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6·25전쟁을 일으켜 수십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장본인이 김정은의 조부 김일성이다. 거기에 대해선 사과 한마디 없이 '아픈 역사'라 언급한 것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북한은 1972년 7·4 공동성명,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7년 10·4 선언에서도 무력 불사용과 불가침을 약속했지만 이들 합의를 모두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노동신문은 29일 '조선전쟁(6·25)은 미제가 일으킨 침략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전직 고위 외교관 A씨는 "6·25를 되풀이 않겠다는 김정은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며 "'왜 핵을 가지고 살겠느냐'는 말도 과거 '핵 개발 능력도 의사도 없다"고 했던 김일성의 말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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