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병역 거부 '대체 복무제' 검토

조선일보
  • 윤주헌 기자
    입력 2018.04.30 03:00

    [국가인권정책 초안에 '최저임금 1만원' 집어 넣었다]

    법무부 3차 국가인권정책 초안
    7년만에 대북 인도적 사업 포함

    사형제는 유지하기로 가닥
    '트랜스젠더' 국어대사전 싣기로

    정부가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이른바 '종교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와 상관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도 추진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3차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2018~2022년 적용) 초안을 발표했다. 5년마다 발표되는 이 계획은 인권과 관련한 법·제도 관행 개선을 위한 범정부 대책이다.

    정부는 국회 차원의 대체복무제 논의 과정을 지켜보되, 향후 국회의 도입 결정에 대비해 '합리적 대체복무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600여명이 종교적 병역 거부로 처벌된다.

    대체복무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도 종교적 병역 거부와 관련한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국방부는 병원·시설에서 합숙하면서 현역 복무 기간의 2배를 일하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검토했지만 정권 교체 이후 1년 만에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스스로 철회했었다.

    기본 계획에는 "북한 주민의 삶의 질 증진을 위해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해서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노무현 정부 때 수립한 1차 계획에 포함됐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 만든 2차 계획에선 빠졌다가 7년 만에 다시 들어간 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도 인권 기본 계획에 포함시켰다.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추진하고 최저임금을 준수하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인권 기본 계획에 최저임금 인상과 목표치를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인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인권 경영과 관련된 내용도 처음 포함됐다. "기업이 국제적 기준에 맞는 인권 존중 책임을 이행하고 협력사나 거래업체에도 가능하면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정부는 이에 필요한 지원과 제도 정비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또 동성애자 등 성(性) 소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성 소수자 관련 어휘를 표준국어대사전에 싣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트랜스젠더(성전환자)' 등 현재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 있지 않은 성 소수자 관련 어휘를 조사해 등재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표준대사전에 포함됐지만 부정확하거나 불평등하게 풀이된 어휘나 표현도 보완하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그동안 논쟁의 대상이 됐던 사형제 폐지 문제에 대해선 "사형제 폐지 여부는 국가 형벌권의 근본과 관련되는 중대한 문제로 사형의 형사 정책적 기능, 국민 여론과 법 감정, 국내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 당분간은 사형제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사형제 폐지에 대한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는 총 61명이 사형 확정판결을 받고 수감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국제 인권 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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