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百度)가 앞으로 3년간 10만명의 인공지능(AI)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홍콩 봉황망에 따르면, 장야친 바이두 총재는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글로벌 모바일 인터넷 콘퍼런스'에서 "바이두가 설립한 AI 인재 양성 기관인 윈즈(雲智)아카데미를 통해 3년간 10만명의 국내 AI 인재를 배출할 계획"이라며 "5년 뒤에는 AI 분야 세계 1위인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만명은 현재 중국의 AI 부문 종사자 수 5만명의 두 배에 이르는 숫자다.
바이두가 'AI 인재 10만 양병론'을 주창하고 나선 것은 AI 인재 규모 면에서 중국이 미국에 절대 약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 등에 따르면, AI 분야 종사자가 미국은 85만명에 이르지만 중국은 그 17분의 1인 5만명 수준이다. 인력의 질 면에서도 미국의 AI 엔지니어 절반 이상은 경력 10년이 넘는 베테랑들이지만 중국은 40%가 경력 5년 미만이다.
바이두의 10만 양병 선언은 미국과 중국의 AI 격차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AI에 국가적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은 투자 규모 면에선 이미 미국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 정부의 AI 분야 투자 총액은 12억달러였다. 반면 중국 정부는 미국의 4.6배인 55억달러를 매년 이 분야에 쏟아붓고 있다. 사이언스는 "승부의 추가 중국으로 기울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AI 진흥에 이처럼 혈안인 것은 전 분야의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인공지능의 잠재력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생산력 향상으로 매년 경제성장률을 0.8~1.4%포인트 더 끌어올린다는 게 중국 정부의 계산이다. 인공지능은 '미국 추월'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앞당겨줄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더구나 중국은 AI 시대에 안성맞춤인 엄청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산업혁명 시대가 거대한 화석연료를 필요로 했던 것처럼, AI 시대는 데이터가 핵심 연료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AI 알고리즘의 정교함과 기술적 진보를 좌우한다. 모바일·인터넷 사용자 7억5000만명이 포털을 검색하고 모바일 결제를 하고 온라인에서 쇼핑·음식 배달·차량 호출을 하는 중국에서는 지구상 어떤 지역도 필적할 수 없는 거대한 빅데이터가 양산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 데이터들에 거의 무제한 접근할 수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생활 보호에 무관심한 사회 환경 속에서 중국의 AI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과 친구, 사교 활동, 독서 습관과 이념적 성향까지 거의 모든 세부적인 정보를 확보해 분석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말할 것도 없다. 서구 어떤 AI 기업도 확보할 수 없는 거대하고 자세한 빅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공급받는 중국을 원유 최대 매장국 사우디아라비아에 견주어 '데이터의 사우디아라비아'라고 할 정도다.
AI는 또한 경제발전 이외에 사회 통제와 군사력 강화라는 중국 정부의 숨은 전략을 실현하는 핵심 도구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전 국민 주민등록 정보와 안면 이식 기술을 접목해 13억 인구 누구라도 단 몇 초 만에 본인 및 범죄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각종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에서는 인공지능을 통한 검열이 일상화됐다.
중국 국무원은 작년 7월 발표한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규획'에서 '2030년 인공지능 세계 1위 강국'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이 이처럼 빠른 시일 안에 세계 1위에 올라서겠다고 한 분야는 인공지능이 유일하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AI 분야에서 미국을 급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중국의 기세는 특허 출원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2010~2014년 AI 분야 특허 출원 건수는 미국이 1만5317건으로, 같은 기간 8410건을 기록한 중국의 거의 2배였다. 그러나 2016년 AI 특허 출원 건수는 중국이 549건, 미국 135건으로 역전됐다. 작년에는 중국의 특허 건수가 1293건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미국은 231건에 그쳐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