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고 신나요"… 마라톤 삼매경 빠진 젊은 그대들

입력 2018.04.30 03:00 | 수정 2018.05.02 10:39

[서울하프마라톤] 풋풋한 대학생들, 마라톤에 봄바람 불어넣어

"시간과 돈 적게 들지만 폼도 나고 건강에도 좋아… 취업 스트레스도 날려"
마라톤 참가 '하나의 문화'로

29일 오전 서울하프마라톤 출발 지점인 광화문광장 곳곳에 앳된 얼굴의 대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대학 이름이 적힌 '크루(동호회) 티셔츠'를 입고 설렘 가득한 얼굴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손을 꼭 잡고 완주(完走)를 다짐하는 젊은 커플 너머로 표정을 바꿔가며 셀카 찍기에 여념 없는 여성 참가자가 보였다. 최근 몇 년 새 대학생 마라토너들이 꾸준히 늘며 나타난 풍경이다.

마라톤 하면 으레 중년 남녀를 떠올리던 건 옛날 얘기다. 달리기의 매력에 빠진 대학생들이 봄·가을이면 저마다 마라톤 번호표를 달고 대회에 나온다.

이들은 마라톤을 황영조·이봉주 등 '올림픽 신화'로 접한 세대가 아니다. 대부분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멋진 러닝복 차림으로 달리는 또래를 보고 자극을 받아 시작했다. '가성비(비용 대비 효용성)'가 중요한 대학생들에게 마라톤은 돈과 시간을 적게 들이면서 폼도 내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는 스포츠다. 그래서 그들은 풀 코스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하프 코스나 10㎞ 코스를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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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열린 2018 서울하프마라톤은 대학생들이 뿜어내는 젊음의 기운으로 뜨거웠다. 사진은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서강대 마라톤 동아리‘스프린트’(위)와 성균관대‘ㄱㅊ는 하나’(아래 왼쪽), 한국외국어대‘러너스하이’(아래 오른쪽) 회원들이 출발 직전 완주를 다짐하는 모습. /고운호 기자
이날 하프마라톤에서도 풋풋한 대학생들이 주로(走路)에 봄바람을 불어넣었다. 신촌 지역 대학 연합 동아리 '러시(RU:SH)'에선 30여 명이 대회에 나왔다. 동아리 회장 백인문(28)씨는 "광화문광장에서 동아리 깃발을 흔드니 반가워하는 또래 대학생들이 많았다"며 "대학생 연합 행사에 나온 기분이었다"고 했다.

이번 하프마라톤 신청자 1만1901명 중 20대 이하는 2964명(약 25%)으로 4명 중 1명꼴이다. 작년엔 21%였다. 마라톤 사무국 관계자는 "대학생 참가 비율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이 동호회별로 화려한 색의 유니폼을 맞춰 입은 반면 대학생들의 옷은 대부분 평범했다. 대신 머리·손목·다리에 착용한 하늘색 헤어밴드나 핑크색 손목시계, 초록색 근육 테이프(무릎 등에 붙여 통증을 줄이는 테이프)가 눈길을 확 끌었다. 한 대학생은 "대놓고 화려한 것보단 한 곳씩 포인트를 주면서 은근한 센스를 뽐내는 것이 젊은 마라톤 패션의 핵심"이라고 했다.

서울의 봄을 달렸다… 1만2000명이 함께 뛴 서울하프마라톤
서울의 봄을 달렸다… 1만2000명이 함께 뛴 서울하프마라톤 - '서울의 봄'을 달리면서 즐기기 위해 1만2000여명의 참가자가 몰렸다. 29일 서울 도심(광화문~상암 월드컵공원 코스)에서 열린 2018 서울하프마라톤(주최 조선일보사,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 출발 지점인 광화문광장에서 참가자들이 힘차게 달려나가고 있다. 가족, 연인, 친구를 동반한 참가자들은 포근한 날씨 속에 서울의 도시 풍경에 흠뻑 빠져들었다. 참가자의 역주를 바라보는 시민도 박수를 보내며 축제를 함께 했다. /오종찬 기자
이날 많은 대학생은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달리는 번거로움보다 자신의 레이스를 자랑할 기회가 더 중요한 듯했다. 아예 자신의 레이스를 실시간 중계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인스타그램에 '#서울하프마라톤'이나 '#2018 서울하프마라톤' 등의 해시태그를 단 사진은 500개가 넘었다. 이들이 온라인으로 '자랑'한 사진들은 또 다른 학생에게 '자극제'가 된다. 대학생 김채림(21)씨는 "원래 지구력이 약해 달리기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인스타그램에서 본 러닝 사진이 멋있어 동아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꼽는 마라톤의 장점은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러닝화만 있으면 연습할 수 있다. 서강대 동아리 '스프린트'의 김의진(22)씨는 "스포츠를 두루 좋아하지만, 공부에 방해되는 일 없도록 동아리는 마라톤으로 정했다"며 "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인데, 마라톤 덕분에 정신력도 길러지고 취업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했다.

마라톤은 훌륭한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다. 캠퍼스 커플인 신한철(24)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이날 나란히 10km 결승선에 들어왔다. 중간에 여자친구가 힘들어하자 신씨가 등을 밀어주기도 했다. 하트·별 모양 선글라스를 함께 끼는 등 '커플 아이템'을 장착한 이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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