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천사 션, 은총군과 7년째 마라톤

조선일보
  • 주형식 기자
    입력 2018.04.30 03:00

    [서울하프마라톤]

    '스터지웨버 증후군' 박은총군
    션 "함께 뛰며 투병하는 박군 응원"

    "오늘도 삼촌이랑 신나게 달려보자. 자신 있지?"

    연예계 '기부 천사' 가수 션(46·본명 노승환)은 29일 서울하프마라톤 출발 장소인 광화문광장에서 휠체어를 탄 박은총(15)군 머리를 쓰다듬었다. 션이 "긴장하지 마. 이따 한강 다리 건너면 눈앞에 63빌딩이 보일 거야"라고 말하자 그제야 은총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은총이 아버지 박지훈(43)씨는 "낯을 가리는 은총이가 션 삼촌이랑 같이 달릴 땐 유독 들뜬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가수 션(맨 왼쪽)과 은총이 아버지 박지훈(맨 오른쪽)씨는 서울하프마라톤에 도전한 은총이(가운데)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가수 션(맨 왼쪽)과 은총이 아버지 박지훈(맨 오른쪽)씨는 서울하프마라톤에 도전한 은총이(가운데)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29일 서울하프마라톤 코스를 달리기 전 환하게 웃는 모습. /이태경 기자
    션과 박씨 부자(父子)는 이날 서울하프마라톤 하프 부문(21.0975㎞)에 함께 출전했다. 아버지 박씨는 거동이 불편한 은총이를 특수 제작한 휠체어에 태우고 완주에 도전했다. 박씨는 총 60㎏이 넘는 휠체어(은총이 몸무게 53㎏)를 뒤에서 밀며 뛰었다.

    은총이는 '스터지웨버 증후군(한쪽 뇌가 위축되고 몸이 마비되는 병)'을 갖고 태어났다. 은총이는 이 병을 앓다가 '오타모반(피부에 반점이 나타나는 병)' 등 5가지 난치병을 더 얻었다. 7차례 대수술을 이겨낸 은총이는 오른쪽 뇌 손상, 왼쪽 손발 마비에 일부 시력을 잃었지만 재활 치료 끝에 조금씩 걸을 수 있게 됐다.

    아버지 박씨는 2007년부터 은총이를 휠체어에 태우고 뛰는 마라톤을 시작했다. 세상에 은총이를 보여주면 치료해 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처음엔 주위 시선이 두려웠다고 한다. 실제로 검붉은 반점을 본 아이들은 은총이를 "괴물"이라고 놀렸다. 어른들은 "애가 너무 불쌍하다"며 혀를 차곤 했다. 박씨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싶어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션은 이런 박씨 부자 모습에 감동받아 2011년부터 마라톤을 함께 뛰게 됐다. 션은 "2010년 11월 TV에서 은총이를 보는 순간 '단순히 돈으로 도울 게 아니라 옆에서 함께 뛰면서 응원하고 싶다'고 느꼈어요. 은총이가 없었다면 지금의 션도 없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션은 이때부터 마라톤, 철인 3종 경기 등에 참가해 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기부에 앞장서왔다.

    이날 서울하프마라톤 참가자들은 은총이를 향해 "잘한다!"며 목청껏 응원했다. 은총이도 자신을 응원해주는 참가자들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화답했다. 션은 이날 결승선을 통과한 뒤 다시 코스를 역주행했다. 뒤에서 달린 박씨 부자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셋은 결승선을 3㎞ 남기고 함께 발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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