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서도 "띵동, 택배왔습니다"

조선일보
  • 정상혁 기자
    입력 2018.04.30 03:00

    우리 사회 '핏줄'처럼 잇는 택배… 새로운 웹툰 소재로 떠올라

    택배 기사(driver)가 아니라 택배 기사(Knight)다.

    웹툰‘태풍의 물류센터 진빨강’의 주인공(위).
    웹툰‘태풍의 물류센터 진빨강’의 주인공. 인간을 초월한 완력을 보유했다.(위) 웹툰‘택배 기사’. 만화 속 택배 기사는 방독면을 쓴 채 물건을 옮기고 마을의 안전까지 책임진다.(아래) /케이툰·투믹스
    대기오염으로 황폐화된 미래의 대한민국. 마음 놓고 바깥 출입하기 어려워진 주민들을 위해 방독면 쓴 채 생필품을 배달하며 특유의 전투력으로 치안까지 책임지는 정의의 택배 기사가 있다. 이것이 웹툰 '택배 기사'가 배송하는 줄거리. 전작 '전설의 주먹' 등으로 이름을 알린 이윤균(34) 작가는 "평소 택배를 애용하는데 요새 미세 먼지가 심해지면서 외출 자체를 두려워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며 "그때가 되면 택배 기사가 사회의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 게 만화의 시작"이라고 했다. 발칙한 가정에서 출발한 이 웹툰은 인기를 바탕으로 현재 시즌2가 진행 중이다.

    최근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아파트단지의 택배 차량 출입 금지 논란이 불거지고, 주민과 택배 기사 간 갑을 논쟁으로 비화되면서 택배를 다룬 웹툰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국내 최초의 스페이스 오페라 웹툰 '덴마'. 초능력을 지닌 악당 덴마가 꼬마의 몸에 갇혀 우주택배회사 실버퀵에서 일하며 겪는 모험을 그린다. 만화 속 택배 기사는 결코 을이 아니며, 현실을 전복하는 상상력의 실현 주체로 등장한다. 세계 곳곳의 지번과 호수(號數)를 오가며 전사(戰士)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다. 이윤균 작가는 "최근 택배 기사 관련 기사를 많이 봤고 솔직히 화도 났다"면서 "만화를 본 뒤, 집 앞에 찾아온 택배 기사 분들에게 인사라도 한 번 더 제대로 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연재를 시작한 웹툰 '태풍의 물류센터 진빨강'은 "이 사회의 핏줄을 택배라 칭한다면 심장은 바로 물류센터!"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황당 코믹 격투 만화로, 일본 만화 '북두의 권' 등을 패러디해가며 황당무계의 수하량을 늘려간다. 빨간 목장갑의 신입 직원 주인공 진빨강은 초인적인 완력으로 물류계의 실력자를 하나씩 격파해가는데, 예를 들어 박스 포장의 달인이 필살기 '대륙 간 탄도 박스'를 쏘면, 진빨강은 물류신권의 비기 '택배상자 따기'를 통해 반격하는 식이다.

    작가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데뷔작이다. 푸른곰팡(28·본명 이현) 작가는 "2014년부터 2년 정도 경기도 양주와 서울 성수동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일을 했다"며 "아침부터 밤까지 쉼 없이 절인 배추와 젓갈 등 내던질 수도 없는 물건을 나르며 경험했던 극한의 육체적 피로를 옮겼다"고 말했다. "이토록 일상과 가까우면서도 멀리 있고, 또 이토록 힘든 일을 계속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경외심을 느꼈다." 웃겨도 마냥 웃고 지나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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