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가랑이의 '타잔 빤쓰'는 언제 벗나요?

조선일보
  • 유재호 정형외과 전문의
    입력 2018.04.28 03:01

    [유재호의 뼛속까지 정형외과]

    수술 후 소변줄 삽입할 때 음부 붙였던 거즈·반창고
    퇴원할 때까지 얘기 안해 2주간 계속 붙이고 다녀
    '잘 알려 주는 것'도 의료진의 당연한 책임

    유재호의 뼛속까지 정형외과 일러스트
    정형외과 수련받을 때 들었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다리 수술 잘 받고 퇴원한 환자가 2주째에 병원에 왔다. 실밥 제거하고 돌아가면서 쭈뼛쭈뼛하며 물어본 말. "그런데 이 가랑이의 거즈는 언제 떼어 주시나요?" 정형외과에서 다리 수술을 할 때는 대개 척추 마취를 한다. 하반신의 감각이 없음은 당연한 이치. 스스로 소변을 조절할 수 없으므로, 소변줄을 삽입하고 며칠 후 제거한다. 이때 음부를 거즈와 반창고로 임시로 가려 덮어두는데, 생긴 모양 때문에 '타잔 빤쓰' 또는 그냥 '빤쓰'로 부르기도 한다. 보통은 마취가 깨기 전에 제거한다. 감각이 돌아온 후에 떼어내면 아프니까.

    그 환자는 공교롭게도 수술장과 병실에서 거즈를 떼어내는 처치를 받지 못하고 퇴원한 것이다. 그리고는 외래를 방문해서 거즈 처치를 물어보았던 것. 국부에 붙어 있는 거즈가 2주 동안 얼마나 냄새가 나고 불편했을까?

    수련 과정의 선배님들은 그런 일이 절대로 없도록 작은 일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수련 과정에서 배우는 일들이 아무리 힘들고 귀찮아도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주의 깊게 행동해야 한다고 배웠다.

    이런 일도 있었다. 무릎 인대 수술을 받고 퇴원했던 여고생이 수술 후 3주째 외래에 왔을 때, 허벅지 근육이 무척 위축돼서 허벅지가 내 팔뚝 수준으로 가늘어져 있었다. 수술 후 허벅지 근육 운동을 해야 한다는 설명을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수술받은 다리가 잘못될까봐 정말로 힘 하나도 주지 않고 가만히 놓아 두었다는 것이다.

    수술 후 허벅지 근육 운동을 하도록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의료진의 잘못이다. 무릎 인대 수술을 하면, 허벅지 근육이 위축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 위축된 근육은 재활 물리치료로도 다시 튼튼하게 하기가 쉽지 않다.

    세 번째로, 손가락 피부에 피부 이식을 받았던 공장 근로자가 퇴원 후 한 달이 지나서 외래에 오셨다. 퇴원할 때는 '나중에 외래로 오세요'라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했다. 손가락은 이미 많이 뻣뻣해져 있었다. 다시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재활 물리치료를 한참 받아야 했다. 손이나 팔을 수술한 경우에는 적절한 시기에 움직이기 시작해야 강직을 막을 수 있다. 조심하려는 마음에 너무 안 움직이고 가만히만 놓아두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좀 더 일찍 외래에 오도록 안내를 받고, 적절한 재활 물리치료를 받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환자에게 정성껏 잘 알려주어야 한다. 의료진에게는 당연하고 익숙한 일이 환자에게는 어색하고 낯선 일일 수 있다. 의료진의 작은 정성과 관심이 환자에게 생길 수 있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아니, 잘 알려주는 것이 의료진의 당연한 책임이다. 오늘도 스스로에게 이런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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