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25일 이 사건을 보도한 TV조선 본사를 압수 수색하겠다고 나섰다. TV조선의 한 수습기자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작 본거지였던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 있던 물건들을 잠시 가지고 나오는 일이 있었다. 취재 목적이기는 하지만 당사자 동의가 없는 적절치 않은 행동이어서 당일 즉각 반환했다. TV조선은 사과 방송도 했다. 해당 PC와 USB는 보도에 사용되지 않았다. 수습기자는 경찰에서 8시간 동안 조사받고 자신의 휴대폰과 노트북도 제출했다.

그런데 그 이후에 너무나 도가 지나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이를 '절도'라고 비난하자 친여 언론들이 호응하고 급기야 경찰이 TV조선을 압수 수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아직 수습 중인 기자의 취재 의욕이 지나쳤다고 나무랄 수는 있지만 '절도'니 하는 황당한 비난을 하고 경찰이 이 정치 공격을 거들고 나선 것은 본 적이 없는 일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TV조선은 드루킹 일당과 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연루 사실을 맨 처음 보도했다. 이제는 연루 사실이 모두 확인됐지만 당시 김 의원은 TV조선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며 고소까지 했었다. 청와대엔 TV조선 종편 허가를 취소하라는 친여 네티즌들의 청원이 21만건을 넘어섰다. 유신 독재 때도 이렇게 권력 비판 언론을 아예 없애려 한 적은 없었다. 경찰의 TV조선 압수 수색은 이런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다.

경찰은 드루킹과 김 의원이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20일 넘도록 가장 중요한 증거물 중 하나인 김 의원 휴대폰 등을 압수 수색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명백한 직무 유기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언론에 대해선 조그만 흠을 잡아 본사를 압수 수색하겠다고 한다.

언론사도 법 집행의 예외일 수는 없다. 과거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일로 본사 압수 수색까지 한 적은 없다. 이런 노골적인 언론 탄압이 '민주화 투쟁'했다는 정권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