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TV조선 압수수색 시도…기자들과 대치하다 철수

입력 2018.04.25 22:31 | 수정 2018.04.25 22:45

경찰, TV조선 압수수색 시도
수습기자 느릅나무 출판사 무단침입 관련
“언론탄압 결사반대” 반발에 철수
“김경수 압수수색 안하느냐” 질문엔 대답 안 해

경찰이 25일 서울 태평로 TV조선 보도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이날 오후 8시쯤 TV조선 수습기자 A씨가 ‘드루킹’ 김동원(49)의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태블릿PC 등을 가지고 나온 것과 관련, TV조선 본사(本社)에 대한 압수수색 집행에 나섰다. 기자가 취재를 목적으로 벌인 행위에 대해 소속 언론사까지 압수수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몰(日沒) 후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것도 흔한 경우는 아니다.

경찰이 25일 서울 태평로 TV조선 보도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경찰이 25일 서울 태평로 TV조선 보도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경기 파주경찰서 소속 수사관 10여명이 TV조선 사옥 진입을 시도했다. 이호선 파주경찰서 형사과장이 “판사가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러 왔다”고 말하자, TV조선 기자 100여명은 “언론탄압 결사반대” 구호를 외치며 반발했다.

경찰은 8시30분 쯤 일단 철수했지만, ‘재진입’ 방침을 TV조선 측에 통보했다.
TV조선 측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활동한 기자의 노력을 위축시키는 행위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철수한 이호선 형사과장은 “김경수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 “언제 다시 TV조선 본사에 재진입 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후 경찰 차량은 앉은 그는 곧장 카카오톡 대화방을 열어 상관 등에게 보고했다.


25일 경찰이 TV조선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20분 만에 철수했다. 이호선 파주경찰서 형사과장이 현장에서 빠져 나온 뒤 경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안소영 기자
25일 경찰이 TV조선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20분 만에 철수했다. 이호선 파주경찰서 형사과장이 현장에서 빠져 나온 뒤 경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안소영 기자
TV조선 A기자는 지난 18일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태블릿PC 등을 가져갔다 돌려놓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A기자는 지난 24일 오후 5시부터 이날 새벽 1시까지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 받았고,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경찰에 제출한 바 있다.

TV조선 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기자의 행동이) 기자의 취재 윤리 측면에서 잘못한 부분이 있었던 점은 사실이며, 이에 TV조선은 즉각 사과방송을 했고 수사에도 충실히 협조해 왔다”면서 “이동식메모리(USB)와 태블릿PC의 복사 여부를 조사하는 게 목적이라면 해당 기기를 검사하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수습기자가 언론사 사무실에 지정된 자리가 없다는 사실은 경찰이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라며 “그런 경찰이 사건 발생 현장과 동떨어진 언론사 본사를 압수수색하겠다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또 “‘드루킹 사건’ 핵심 관련자의 휴대전화조차 확보하지 못한 경찰이 TV조선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만약 경찰이 TV조선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한다면 이는 정권과 공권력이 언론을 탄압한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검찰은 SBS가 ‘청와대 부속실장이 술접대 받았다’는 사실을 보도하자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기자들 반발로 무산됐다. 2007년 동아일보, 2009년 MBC 역시 압수수색 시도가 있었지만 언론의 자유를 지키려는 기자들의 반발로 역시 무산됐다. 당시 공권력의 압수수색 시도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TV조선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불법 댓글조작 혐의를 받는 드루킹과 연루됐다는 사실을 최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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