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70%가 어떻게 나오지?"…여론조사, 진짜 여론일까?

입력 2018.04.25 17:00

‘내 주변과 다른데’, ‘전화 끊던데’…여론조사에 대한 오해
여론조사 업체의 의도적 왜곡 가능성은 낮지만
‘낮은 응답률’ 에 여론 왜곡될 가능성은 높아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메이저급 여론조사 업체. 약 200㎡ 규모의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30명가량의 직원이 이어폰 전화로 여론조사를 하고 있었다. 각종 그래프와 도표를 복사하는 직원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일반 사무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였다. 여론조사 회사 가운데 메이저급인 이 업체 직원은 모두 300여 명인데 조사 요원은 50명이라고 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요즘 여론조사 결과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많아 조사 요원들이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 요즘 여론조사 결과에 의혹과 불신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서울에 사는 50대 주부 나 모 씨는 70%대를 유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볼 때마다 고개를 갸웃한다. 본인 주변의 민심과 여론조사 결과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주변에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데, 여론조사에서 고공행진 하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주변에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다는 사람도 없으니, 의도적으로 나 같은 사람을 제외하고 여론 조사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고 했다.

최근 자유한국당도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여론조사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이 24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작 사례’ 자료에 따르면 20대 총선에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23건 가운데 한국갤럽의 예측과 차이가 크거나 반대 결과가 나온 지역은 12곳(52.2%)이다. 19대 대선에서도 리얼미터와 알앤서치 등의 여론조사기관은 홍준표 당시 후보가 2위가 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한국갤럽만은 16%의 득표율로 3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고 한국당은 지적했다.

당시 홍 후보는 24.03%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당은 한국갤럽이 '집권당 띄우기'를 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조선DB
한국당은 또 대다수 여론조사기관이 의석 순 또는 무작위로 정당명을 열거하는 데 반해, 한국갤럽만이 가나다순으로 열거해 여론을 왜곡한다고 주장했다. 가나다순으로 하면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자유한국당·정의당 순으로 한국당이 뒤쪽에 배치된다.

이와 함께 한국갤럽이 특정 현안을 조사할 때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단어를 사용해 편파적 조사 설계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60대라고 밝히면 여론조사 중단”⇨ “노년층은 청년층보다 응답률 높아 조사 일찍 종료”

지난 23일 ‘국민 절반 이상이 드루킹 사건의 특검 도입에 부정적’이라는 내용의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야권의 여론조사 불신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부실한 여론조사 회사는 여론조작의 공범”이라며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샘플이 조작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여론조사 업체가 자신의 나이를 듣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는 경험담도 인터넷 등에는 적지 않게 등장한다. 이들은 “현 정부 지지자가 많은 젊은 층의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중·장년층은 전화를 받아도 끊어버린다”고 주장한다.

야권과 일부 네티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여론조사기관이 현 정부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여론조사는 조작할 수 있을까. 여론조사 업체들은 야권의 주장에 대해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여론조사 업계는 ‘공신력이 있는 업체’의 경우 의도적인 여론조작을 할 이유도 없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내 주변’의 인물들은 전체 유권자를 대표하기에는 너무 소규모의 집단이라 (전체 여론과) 다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특정 연령층이나 특정 거주 지역에 따라 정치색이 달리 나타나므로, 실제로 ‘내 주변’이 대표성이 있는 표본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 등 전국구 단위의 선거에서는 여론조사가 옳았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고 했다.

그는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거나 연령대를 밝히면 여론조사 업체가 중도에 전화를 끊는 이유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여론조사는 전국 인구 비례와 대략 일치하게 표본을 뽑아야 한다”며 “노년층은 중장년층이나 청년층보다 조사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대상 표본 추출이 더 빠르게 종료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이유로 연령대를 밝히면 조사가 중단되는 경험은 60대 이상에서 많을 수 있다”고 했다.

지지 정당에 따라 조사가 중단되는 이유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아마 경선 여론조사 때문일 것”이라며 “경선은 특정 정당의 당원이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을 조사해야 하므로, 그 정당의 지지자가 아니면 더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에 유리하도록 왜곡된 표본 사용한다”⇨ “표본은 통신사에서 가상번호로 받는다”

여론 조사업체의 표본 추출 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이 있다. 회사원 유 모 (35) 씨는 ‘지난 대선 때 누구를 찍었냐’는 질문이 포함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고개를 갸웃대야 했다.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1%였는데, 여론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50%가 넘었기 때문이다. 유 씨는 여론조사 업체가 고의로 표본을 왜곡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업체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유리한 사람들로 표본을 왜곡하는 것은 힘들다”고 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여론조사 업체들은 통신사의 가상번호로 70~80% 이상의 표본 추출을 진행한다. 여론조사 업체로서는 실제 전화번호를 모르기 때문에 표본을 왜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만약 가상번호를 통한 표본 추출이 왜곡된다면 이는 가상번호를 제공하는 통신사까지 왜곡에 가세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휴대 전화 조사가 아닌 집 전화 조사의 경우, 축적된 자료를 통해 편향된 표본 추출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한다. 하지만 여론조사 업계는 집 전화 조사의 경우도 공개된 국번 이후의 뒷번호 4자리는 난수로 임의 추출하기 때문에 표본을 왜곡해 추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집 전화의 경우 특정 정치 성향이 강한 지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결과를 왜곡할 가능성은 있다”며 “하지만 여심위가 이를 막고자 조사에 사용된 국번까지 보고받아 확인하고 있어 (왜곡 추출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득표율과 선거 후 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유권자 비율이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낙선한 후보에 투표한 사람들은 '승자승' 심리에 의해 이미 낙선 후보에 투표한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는 투표하지 않은 사람이 여론조사에서는 ‘투표했다’고 응답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20여 년 전부터 일관되게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여론조사업체는 모두 여론 조작을 할 수 없도록 내·외부 감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여론조사를 할 경우 숙련된 조사 연구원이 세세한 부분까지 설문이 편향되지 않도록 교정하는 작업을 거친다는 것이다. 또 모든 설문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공개해야 한다. 설문 문항은 일반인들도 확인할 수 있어 왜곡된 설문을 하기 힘든 구조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체 관계자는 “표본 추출 이후의 전화 면접 과정에서도 면접을 회사가 실시간으로 감정·감독한다”며 “면접 과정에서 면접원이 의도적으로 질문을 왜곡하거나 결과를 왜곡한다면 회사에서 체크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조작하려면 회사 임직원 모두가 함께 왜곡에 적극 가담해야 하는데, 그랬다면 벌써 내부고발 등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했다.

일러스트 이철원 기자/조선DB
◇ “응답률 5% 조사 어떻게 믿나”⇨“1000명 조사, 응답률 5%는 50명 응답 아닌 2만 명 전화했다는 것”

여론조사 기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댓글 중 하나가 응답률 문제다. 일반적으로 여론조사기관이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정례조사는 응답자 500~1000명을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응답률을 놓고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기 일쑤다. 가령 ‘응답자 1000명에 응답률 5%’의 여론조사 기사가 있다면 “1000명 중의 50명이 대답한 여론조사가 무슨 의미냐”는 댓글이 달린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응답자 수 1000명에 응답률 5%는 1000명 중 50명이 대답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1000명의 대답을 듣기 위해 2만 명에게 전화를 돌렸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보통 1000명의 대답을 얻기 위해 난수(亂數)를 돌려 표본의 50배수인 5만여 개의 가상번호를 얻어 조사한다.

하지만 여론조사 업체가 의도적으로 여론을 왜곡하지 않아도, 한국 여론조사의 낮은 응답률 때문에 여론의 대표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도 야당이던 시절 이런 주장을 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실시되는 여론조사 응답률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야당측은 “외국의 경우 상당한 응답률이 아니면 결과를 폐기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국당도 응답률이 최소 10% 이상 되는 여론조사만 공표하도록 입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한 대학의 통계학과 교수는 “응답률은 여론조사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낮은 응답률 자체로 표본 추출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응답률이 2~3%라는 얘기는 100명 중 2~3명만이 대답한다는 얘긴데, 절대다수가 응답하지 않는 설문에 대답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일반적인 표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표본 추출 방법이 왜곡될 경우 표본의 크기(응답자 수)가 얼마나 큰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낮은 응답률은 특히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당이 문제 삼았던 리얼미터의 드루킹 특검 관련 여론조사가 ARS로 진행됐다. 선진국에서는 여론 왜곡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 ARS 여론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낮은 응답률 문제는 여론조사 업체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며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ARS보다 응답자의 거부감이 덜한 전화면접 방식을 도입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사회·문화적인 이유로 응답률이 낮아지는 추세를 막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제대로 된 (인구 비례가 반영되는) 할당표집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하려면, 최초의 표본 응답자가 전화를 받지 않더라도 반복 연락해 응답을 얻어야 한다”며 “최초의 표본이 아니면 인구 비례적인 성격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여론조사 업체가 다른 응답자로 대체하는 것”이라며 “대체가 잦아질수록 응답자가 여론을 대표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낮은 응답률 외의 문제도 있다. ARS의 경우 기계음 때문에 응답자의 응답률을 더 낮추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인건비가 소요되는 면담 방식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 영세 여론조사 업체들이 선호한다. 또 일부 여론조사 업체들이 의뢰주의 목적에 맞게 고의로 결과를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 대형 업체의 경우에도 외부 의뢰 없이 진행하는 자체 여론조사는 외부 검증 과정이 부족해 설문의 편향성을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김 교수는 “결국 여론조사가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려면, 여론 조사 업체들이 정도(正道)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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