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기지에 '1회용 진입'… 화장실·주방 수리 자재만 들어갔다

입력 2018.04.24 03:00

[경찰, 불법시위대 강제 해산시켰지만 재결집땐 또 길 막혀]

시위대, 여성들 PVC 관으로 연결… 인간띠 만들어 경찰에 극렬 저항
"장비·인력 추가반입 반드시 저지"
국방부 "사드작전 공사계획 없어… 반대단체와 설비 공사만 약속"

경찰은 23일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 앞을 막고 있던 사드 반대 단체 회원과 지역 주민을 강제 해산하고 기지 내로 물자 반입로를 뚫었다. 작년 11월 21일 사드 기지에 첫 공사 자재·장비가 들어간 이후 반대 단체 측이 도로를 막고 출입을 통제해 왔는데, 153일 만에 길이 열린 것이다. 사드 기지 안으로 공사 자재·장비를 제한 없이 반입할 수 있게 됐지만 국방부는 "한·미 장병 생활여건 개선 공사만 하겠다"고 했다. '사드 작전 운용을 위한 공사'에 대해선 "아직 계획한 바 없다"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반대 단체 측과 그렇게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군 당국이 반대 단체 눈치를 보느라 정작 사드가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시설 공사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 3000명 동원해 시위대 해산

경찰은 이날 오전 8시 12분 병력 3000여 명을 동원해 사드 반대 단체 회원 강제해산에 들어갔다. 반대 단체 회원 100여 명은 전날부터 사드 기지에서 1.5㎞ 떨어진 진밭교(橋) 부근에서 통행을 막고 있었다. 사드 기지로 출입하려면 이 진밭교를 지나야 한다. 지난 12일 국방부가 공사 자재 반입을 시도했을 때도 시위대는 진밭교 위에서 알루미늄 봉으로 엮어 만든 격자형 구조물에 한 명씩 들어가 녹색 그물망을 쓰고 농성을 벌였다. 이에 경찰은 이번 진압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6시 40분쯤부터 반대 단체의 진밭교 출입을 봉쇄하고 격자형 구조물도 철거했다.

153일만에 공사자재 들어갔지만… - 23일 오전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사드 기지의 생활 공간 개선을 위한 건설 장비와 자재 차량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기지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3000명을 투입해 기지 인근 진밭교에서 장비 반입 반대 시위를 하던 반대 단체 회원 100명을 3시간 만에 강제해산시켰다. 반대 단체 측은 “앞으로 공사 3개월간 인력과 자재 출입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153일만에 공사자재 들어갔지만… - 23일 오전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사드 기지의 생활 공간 개선을 위한 건설 장비와 자재 차량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기지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3000명을 투입해 기지 인근 진밭교에서 장비 반입 반대 시위를 하던 반대 단체 회원 100명을 3시간 만에 강제해산시켰다. 반대 단체 측은 “앞으로 공사 3개월간 인력과 자재 출입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이날 시위대는 지난 12일 때와 달리 노인이 아니라 30대 여성들을 주로 맨 앞줄에 배치했다. 경찰이 강제해산에 들어가자 반대 단체 회원은 "폭력 경찰 물러가라"고 외치며 저항했다. 이들은 몸에 녹색 그물망을 덮어씌워 인간띠를 만들거나 PVC(폴리염화비닐) 관에 서로 팔을 넣어 연결해 경찰에 맞섰다. 이 과정에서 반대 단체 측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여 10여 명이 다쳤다. 이 중 2명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드 반대 단체는 "경찰 강제 진압으로 주민 28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날 현장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직원 4명이 나와 상황을 지켜봤다. 경찰이 시위대 진압에 성공하자 국방부는 오전 11시 30분부터 건설 자재를 실은 25t 트럭 14대와 공사 장비, 부식, 근로자를 실은 트럭·승합차 등 차량 총 22대를 사드 기지로 반입했다.

◇"사드 운용 공사는 계획 없어"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한·미 장병 생활여건 개선 공사만 3개월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사 대상은 숙소 지붕 누수 공사와 화장실 및 오수 처리 설비, 조리시설 등이다. 국방부는 그러나 사드용 전기 설비, 요격 미사일 발사대 패드, 기지 내 도로포장 등 사드 작전 운용을 위한 공사는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기지 안에는 사드용 전기시설이 없어서 비상 발전기로 가동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공사는 장병 생활여건 개선에만 국한된다고 반대 단체, 지역 주민들과 약속했기 때문에 이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사드 기지 통로는 뚫렸어도 미군은 예전처럼 헬기를 타고 기지에 출입하고, 사드 비상 발전기용 유류(油類) 등도 공수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반대 단체가 미군의 도로 출입을 트집 잡아 기습 시위를 벌이고 다시 길을 막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사드 반대 단체는 이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국방부는 한반도 평화 정세에 역행해 사드 부지 공사를 감행했다"며 "앞으로 3개월 공사 기간 사드 기지에 인력과 자재 출입을 저지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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