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정은이 말하는 평화협정은 '주한미군 철수'다

조선일보
  •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입력 2018.04.24 03:12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북한 노동당 대남 전략의 핵심인 '종전(終戰)' 이야기가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지난 17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아베 일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그들은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정말로 축복한다"고 했다.

    북(北)에서 말하는 '종전'의 의미를 트럼프 대통령은 모르는 모양이다. 양파 껍질처럼 벗기고 벗겨도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 노동당 대남 전략의 본질을 곁에서 설명해 줄 사람도 없는 듯하다. 북한이 말하는 '종전'은 '남조선에서의 미군 철수'를 의미한다.

    북한에 사는 세 살 난 아이도 아는 이 얘기를 인민군 정치장교였던 나도 가르친 적이 있다. 북한의 모든 초·중·고급학교 교과서들은 정전협정 당사자가 남조선이 아닌 미국임을 역설한다. 역대 어느 남조선 정부도 미제의 괴뢰가 아닌 게 없어서 평화협정 체결은 정전협정 당사국인 미국과만 가능하다는 것을 계속 강조해 왔다.

    "남조선에서 미제를 몰아내고 하루빨리 조국을 통일하자"고 외쳐온 전 북한군 군인으로서, 미군이 없는 한반도는 생각조차 끔찍하다. "미국만 없으면 조국 통일은 시간문제"라고 말해온 전 북한 주민으로서도 논의 중이라는 종전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노동당에 의한 한반도의 통일은 민족의 재앙이란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이른바 '평화협정'이란 말 뒤에 숨겨진 북한의 속임수를 문재인 정부가 모른 척하는지 알 수 없으나 미국마저 속아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 행정부가 지난 25년간의 정책적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며 동시에 정말로 북한 핵을 없애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정권과 체제를 방어하기 위해 핵이 필요했다고 하지만, 북한이 정말 원하는 건 핵을 통한 체제 보장이고, 이를 발판으로 한 한반도의 적화통일이다. 그래서 애써 만든 핵과 미사일을 없애겠다는 건 승냥이가 양(羊)으로 변하겠다는 말이고, 앞으로 절대로 날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과 같다. 이를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

    혹시라도 미국을 위협하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종전 문제 논의를 기쁘게 생각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전에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더 깊게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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