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드루킹 댓글 공작단' 수사는 납득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보좌진 등에 대한 압수 수색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의원과 드루킹의 관계를 밝히는 것은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경찰은 김 의원과 드루킹이 휴대폰 보안 메신저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지난 5일 파악했다. 김 의원이 지난해 대선 전후로 기사 주소(URL)들을 보냈고, 드루킹 일당이 그 기사들에 댓글 작업을 한 흔적도 드러났다. 김 의원 보좌진은 드루킹에게 "감사하다"고 인사까지 했다. 드루킹의 휴대폰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게 그 정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 의원과 보좌진의 휴대폰을 압수해 증거를 수집하는 건 수사의 기본 수순이다. 휴대폰은 위치 정보를 비롯해 소유자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20일 가깝게 방치하고 있다.
자금 추적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의 전 보좌관 한모씨는 대선 이후인 지난해 9월 드루킹 측으로부터 선물 상자에 든 현금 500만원을 받았다가 올 3월 말 드루킹이 구속되자 되돌려줬다고 한다. 다른 금전 관계가 더 있을 수도 있다. 돌려줬다는 돈은 어디서 조달한 것인지도 밝혀내야 한다. 그런데도 경찰은 드루킹 일당이 자진 제출한 계좌의 입·출금 내역만 들여다보는 식으로 엉터리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개인적으로 빌린 것'으로 결론날 공산이 크다. 이런 식의 가짜 수사는 수사가 아니라 범죄 은폐에 가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경찰은 지난 22일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작 본거지인 경기 파주 '느릅나무'출판사를 압수 수색했다. 지난달 21일 한 차례 압수 수색을 실시한 이래 범행 현장을 내버려뒀다가 이날 건물 주변 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몇 개 챙겨 갔다. 그 사이 드루킹 일당 중 한 명이 출판사에서 자료를 갖고 나오는 장면이 취재진에 목격됐고, 도둑이 물건을 훔쳐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명색이 '수사'라면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나. 경찰이 가져간 CCTV는 연결선이 빠져 작동도 안 되는 상태였다고 한다.
드루킹 일당이 활동한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 등에선 이미 다수 증거가 삭제됐다. 이런 디지털 증거는 삭제되면 좀체 복구가 어렵다고 한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의 회계 책임자를 참고인으로 조사한 뒤 놓아주었다가 23일에야 피의자로 입건했다. 사건과 관련된 증거, 자료, 사람들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증거 확보를 위한 필수 조치들은 다 빼먹은 채 수사팀 숫자만 늘려가고 있다. 가짜 수사를 하면서 위장 쇼를 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어제 특검법안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대통령 최측근이 연루돼 있는 데다 경찰의 부실 수사가 분명한 이상 특검 도입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대로 계속 증거인멸이 방치되면 특검 수사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당장 이것부터 막아야 한다. 어쩌면 특검의 수사도 검찰의 범죄 덮기와 경찰의 증거인멸, 이를 지시한 세력을 밝히는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