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4.24 03:00

미각 자극하기 위해 R&D센터 운영하는 레스토랑
미쉐린 스타 7개 보유한 여성 셰프
스페인 미식의 역사라 불리는 사나이는 8개

세계 미식가들이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음식을 맛보기 위해 찾는 나라가 어딜까? '프랑스'라고 답한다면 뒤쳐져도 한참 뒤쳐졌다. 지금 미식의 최전선은 스페인이다.

지금 미식의 최전선은 스페인
◇첨단과학 활용하는 세계 최고 레스토랑

'엘 세예르 데 칸 로카'(El Celler de Can Roca)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프랑스 레스토랑 가이드 미쉐린(Michelin)으로부터 최고 등급인 별 셋을 받은 건 기본. 전 세계 음식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W50B)'에서 2013·2015년 1위, 2011·2012·2014·2016년 2위에 올랐다. 맏형 조안(Joan) 로카가 전채부터 메인까지를, 소믈리에인 둘째 조셉(Josep)이 와인을, 막내 조르디(Jordi)가 디저트를 맡고있다.

로카 형제가 손님들의 미각을 자극하기 위해 활용하는 무기는 과학이다. 음식 관련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는 R&D센터 '라 마시아(La Masia)'가 따로 있다. 마시아는 '농장'이란 뜻의 스페인어. 라 마시아 책임자 엘로이스 빌라세카(Vilaseca)는 "우리는 창의성(creativity)을 경작한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별 보유한 여성 셰프

바르셀로나 인근 바닷가 마을에 있는 '상 파우'(Sant Pau) 오너셰프 카르메 루스카예다(Ruscalleda)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7개의 미쉐린 스타를 보유한 여성 요리사. 정식으로 요리를 배운 적 없다. 어릴 적 꿈은 디자이너였지만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았다. 23살 때 동네친구와 결혼해 식료품점을 열었다. 만들어 팔던 소시지, 햄 등이 호평 받자 1988년 레스토랑을 열었다. 처음에는 전통적인 카탈로니아 음식 위주였다. 곧 "나만의 아이디어를 담은 창조적인 요리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이너를 꿈꾸던 창조 욕구가 음식을 통해서 표출된 거죠."

◇소박한 타파스의 화려한 변신

바르셀로나 에스파냐 광장과 파랄렐 거리 주변은 '아드리아 구역'(Barri Adria)이라 불린다. 아드리아 형제가 운영하는 식당이 몰려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아드리아 형제가 운영하던 '엘 불리'(El Bulli)는 스페인이 서양요리의 종주국 프랑스를 넘볼 정도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음식점이다. '세계 50대 식당'에서 2002년과 2006~2009년 1위에 올랐지만 2011년 문 닫았다. 이후 엘 불리 출신 요리사들이 식당을 속속 열고 있다.

아드리아 구역 6개 식당 중 가장 주목 받는 건 '티켓'(Tickets)이다. 이제는 갈 수 없는 엘 불리의 음식이 궁금한 미식가들이 몰려든다. 엘 불리에서 내던, 분자요리 기법을 활용한 최첨단 음식을 타파스로 풀어낸다. '에어 바게트(Air Baguette)'가 대표적. 얇게 저민 하몬 햄을 얹은 작은 샌드위치처럼 보인다. 씹으면 바삭한 빵의 껍질과 구수한 식감, 하몬의 고소함만이 있지만 속은 공기밖에 없다. 손님의 허를 유쾌하게 찌른다. 미쉐린 별 1개를 받았다.

◇수도원 공동식당 미쉐린 별을 거머쥐다

'레펙토리오'(Refectorio)는 한때 수도사들이 침묵 속에 식사하던 곳이지만, 이제 여행객들이 미식을 즐기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레펙토리오는 아바디아 레투에르타(Abadia Retuerta)에 딸린 레스토랑. 아바디아 레투에르타는 1145년 가톨릭 프레몬트레 수도회가 스페인 바야돌리드에 세운 수도원. 오래 방치되다 2012년 1박 50만원부터 시작하는 고급 호텔 겸 와인 양조장으로 재단장했다.

◇스페인 미식의 역사라 불리는 사나이

마르틴 베라사테기(Berasategui)는 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미쉐린 스타(8개)를 획득한 요리사다. 1960년 스페인 북서부 바스크 지역 중심 도시 산세바스티안에서 태어난 베라사테기는 프랑스로 요리 유학 다녀와 20살 때 부모의 식당 주방을 맡아 5년 만에 미쉐린 별 1개를 획득했다. 1993년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붙인 레스토랑 '마르틴 베라사테기'를 오픈했고, 2001년 별3개라는 궁극의 영광을 얻었다. 맛과 코스 구성의 완성도 등 전체적 만족도가 스페인은물론 세계 최고로 평가 받는다.

◇미래 레스토랑의 모델

아수르멘디(Azurmendi)는 산세바스티안 인근 농촌지역 언덕에 덩그러니 있는 커다란 유리 건물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인 넓고 높은 홀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손님들은 '아수르멘디 경험'을 시작한다.

실내는 나무와 풀이 심어져 식물원에 들어선 듯하다. 잠시 뒤 요리사들이 작은 피크닉 바스켓을 손님들 앞에 펼친다. 예쁘고 앙증맞은 아뮤즈부시(amuse-bouche·식사 전 입맛을 살려주는 한 입 거리 스낵)들로 가득하다.

이어 손님들은 레스토랑 뒤 씨앗 보관소와 제철 식재료 농장, 주방 투어로 안내된다. 먹거리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자체적으로 씨앗 보관소를 운영한다. 요리 재료는 대부분 직접 재배하거나 주변 농가에서 공급 받는다. 주방은 손님 식사 공간만큼 넓고 쾌적하다. 아차 셰프는 "맛을 만드는 이들이 여유롭고 편안해야 손님들도 만족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혁신적인 발상과 시도가 아수르멘디를 '미래 레스토랑의 모델'로 꼽는 이유다. 2008년 미쉐린 별 1개를 받았고 지금은 3개를 보유하고 있다.

스페인
■스페인 미식투어: 프리미엄 여행사 뚜르디메디치는 ‘스페인 미식투어 8일’을 판매한다. 오는 12월 초 6박8일 일정.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및 현지 인기 맛집을 매일 체험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등 가우디 건축 작품·미로 미술관·달리 미술관·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프라도 미술관 관람과 스페인 대표 와인산지 리오하 와이너리 가이드 투어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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