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고 있는 리명수, 그걸 지켜보는 ‘저승사자’ - 리명수(붉은색 원) 북한군 총참모장이 20일 열린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조는 모습을 뒷줄에 앉은 조연준(파란색 원) 당 검열위원장이 노려보고 있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 등의 숙청에도 관여한 적 있는 조연준은 ‘저승사자’란 별명을 갖고 있다.

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지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기존에 만든 핵무기는 계속 보유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북한을 '세계적인 핵 강국'으로 표현했다. 또 핵실험 중지 등이 포함된 전원회의 결정서의 첫 사항은 '핵무기 병기화 실현을 엄숙히 천명한다'는 것이었다.

이 결정서에서 북한은 '선제 핵 공격, 핵무기 이전'을 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이를 두고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을 의식해 미국의 '핵심 안보 이익'은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핵 보유국' 입장에서 협상을 풀어가며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22일 "북한 발표 내용은 ICBM을 이용한 미 본토 핵 공격 위협이나 핵 확산처럼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일만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핵 보유 주장은 계속하면서도 미국과의 대화 모멘텀은 유지하려는 전략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대신 '핵 군축' 거론한 北

노동신문 등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원회의에서 "핵 개발의 전 공정이 다 진행됐고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 발사도 필요 없게 됐으며 이에 따라 북부(풍계리) 핵시험장도 사명을 끝마쳤다"고 말했다. 이는 곧 '핵 무력을 완성했으니 더 이상 핵·미사일 시험이 필요 없고 이제 대화와 협상으로 경제를 파탄 내는 제재를 풀겠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 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핵 군축'은 미국·러시아 등 공인된 핵 보유국들이 핵무기를 감축할 때 쓰는 용어다.

美 겨냥해 '핵무기 없는 세계' 언급

김정은은 그러면서 "핵무기 없는 세계 건설에 적극 이바지"하겠다고도 말했다. '핵무기 없는 세계'란 한국과 일본에 제공되는 미국의 핵우산까지 겨냥한 말로 보인다. 과거에도 북한은 여러 차례 미국과 '상호 핵 군축'을 해야 한다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에 반대하고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했었다.

이와 관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안드레아 홀 대량살상무기·비확산 담당 선임 국장은 지난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반도 비핵화' 개념에 대한 미·북 양측 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미국의 입장을 내부적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주한 미군 철수 등의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미군 철수 주장을 현 시점에서 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철회한 것은 아니다. 향후 미·북 협상에서 김정은이 다시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나 주한 미군과 관련한 주장을 쏟아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비확산 등 '책임 있는 핵 강국' 행세

노동당 전원회의의 결정서는 또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핵 보유국' 행세의 일환으로 보인다. '핵실험 금지 조약'은 미국·소련·영국 등 핵 보유국 간에 핵 군축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고성능 핵무기 개발 경쟁을 자제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전원회의 결정서에 포함된 '우리 국가에 대한 핵 위협이나 핵 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 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과 관련해서도 "책임 있는 핵 보유국의 모든 측면을 보여주려는 것"(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