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비 올라 좋아했는데… 영화표·밥값은 더 올라… 2030 "데이트 하기도 겁나요"

입력 2018.04.23 03:00

업체들 최저시급 인상에 대응, 놀거리·먹거리값 줄줄이 인상
월급 대비 고정지출 비중 높은 사회초년생·학생들 부담 커져
"절약하며 살아도 감당 힘들어" 아예 연애 자체를 기피하기도

2030세대가 '데이트 물가'에 울고 있다. 최근 프랜차이즈 영화관과 음식점 등이 잇따라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최저 시급(時給)이 오르고 임차료와 재료비가 상승한 여파다. 2030세대가 자주 찾는 놀거리와 먹을거리의 값이 뛰면서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 사회 초년생 직장인들은 "데이트 한번 하기도 버겁다"고 한다.

◇영화표 10%, 짬뽕 22%나 올라

지난 19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프랜차이즈 영화관. 무인발권기에서 표를 끊으려던 대학생 커플이 값을 보고 멈칫했다. 평일 저녁인데도 1인당 관람료가 1만원이 넘었다. 이 영화관은 지난 11일부터 관객이 몰리는 특정 시간대의 관람료를 1000원 인상했다. 작년보다 10%나 오른 것이다. 영화 보기 좋은 자리는 '프라임 존'이란 이름을 붙여 더 비싸게 판다. 이 커플은 "아르바이트비 오른다고 좋아했더니 월급보다 영화표가 더 올랐다"고 했다.

데이트 물가 인상 현황 표

밥값도 올랐다. 강남역·홍대입구역 등 젊은 층이 몰리는 번화가의 한 삼겹살 체인점은 최근 대표 메뉴인 '모둠 한 판(600g)'의 가격을 1000원(2.6%) 올렸다. 대학생이 자주 찾는 한 프랜차이즈 중국집은 짜장면·짬뽕을 20% 넘게 인상했다. 업체들은 "최저 시급이 올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이 업체들의 인상률은 올해 한국은행이 전망한 소비자물가 인상률 1.6%보다 최대 11배 정도 높다. 대학생 강모(21)씨는 "2000원이 큰 액수는 아니지만 데이트를 한 달에 한 번만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용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학생 입장에선 압박이 심하다"고 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외식업체 300곳 중 24.2%는 작년 대비 10% 내외로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후 인상을 검토 중인 업체는 78.6%에 달했다.

평일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업 준비생 박모(27)씨는 작년까지 하루 7시간씩 일해 매달 90만원 정도를 벌었다. 올 초 주인의 요청으로 근무시간이 5시간으로 줄었다. 월급은 15만원 덜 받는데 매달 30만원 정도이던 데이트비는 6만원 정도 더 든다. 박씨는 "여자 친구와 자주 가는 식당의 밥값과 커피값이 줄줄이 올랐다"며 "취업 준비생에게 한 달 6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고 했다.

◇영화관 대신 인터넷TV, 외식 대신 요리

이처럼 20·30대가 물가 상승의 압력에 더 취약한 것은 월급 대비 고정 지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1인 가구로 살며 월세를 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전체 1인 가구 539만곳 중 20·30대 비중은 35%에 달했다. 학자금 대출 등 기존 채무가 있으면 부담이 가중된다. 대기업 2년차 사원인 문모(27)씨는 한 달에 50만원 정도였던 데이트 비용이 10만원쯤 늘었다.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하는 문씨는 회사 대출로 충당한 보증금의 대출 원금과 이자, 월세, 관리비, 학자금 대출 등으로 매달 140만원씩 나간다. 문씨는 "월급 절반이 대출 상환으로 나가는데 밥값이 1000원만 올라도 체감이 상당하다"고 했다.

무섭게 뛰는 데이트 물가에 2030세대는 각자 절약책으로 버틴다. 대학생 최모(23)씨는 최근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이미 관람을 마친 연극 티켓을 샀다. 재관람자에 한해 20~30% 정도 티켓값을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취업 준비생 박모(29)씨는 외식을 포기하고 자취방에서 여자 친구와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최신 영화도 극장에 가지 않고 인터넷TV로 본다. 연애 자체를 기피하기도 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34)씨는 "물가가 월급보다 빠르게 오르니 소비를 줄여야 하는 항목이 갈수록 늘어난다"며 "연애도 그중 하나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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