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기전문가 피살… 이번에도 배후는 모사드?

조선일보
  • 노석조 기자
    입력 2018.04.23 03:00 | 수정 2018.04.23 14:45

    말레이 쿠알라룸푸르서 저격
    모사드, 과거 하마스 간부 죽이려 특수전기장비 동원해 호텔 잠입
    암살 타깃 연구실 동료로 위장도

    팔레스타인 무기 전문가 파디 알 바트쉬 /알자지라
    21일(현지 시각) 새벽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외곽 마을 '곰박'의 한 주택가. 전기공학자 파디 알 바트쉬(35) 박사가 집을 나서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향했다.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말레이시아 거주 10년차인 그는 대학 강사로 일하면서 집 근처 모스크의 부(副)이맘(이슬람교 기도·예배 인도자)으로 활동했다. "끼~익!" 그의 앞으로 BMW 오토바이 한 대가 멈춰 섰다. 오토바이를 탄 괴한 2명은 10여 발의 총탄을 그에게 난사했다. 경찰과 응급차가 출동했을 땐 바트쉬가 숨진 뒤였다.


    파디 알 바트쉬가 말레이시아 한 대학에서 강연하는 모습. /알자지라
    아맛 자힛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이날 "CC(폐쇄회로)TV 분석 결과, 용의자들은 유럽인 외모였으며 외국 첩보기관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미디 부총리가 어느 나라 첩보부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외교가와 외신들은 일제히 한곳을 가리켰다. 이스라엘 국외첩보부 '모사드'였다.
    지난 21일 새벽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인근 주택가에서 모사드 요원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에 암살된 파디 알 바트쉬의 시신이 하얀 천에 덮혀 있다. /알자지라
    이스라엘 일간 예디옷 아흐로놋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바트쉬는 팔레스타인 가자(Gaza) 지구의 무장단체 '하마스' 대원으로, 공격형 드론(무인기)과 로켓 관련 전문가였다"면서 "모사드에 의해 제거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모사드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하마스의 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무기 엔지니어를 암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사건 관련설을 부인했다.

    팔레스타인 주요 인물이 어느 날 갑자기 변사체로 발견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6년 12월 팔레스타인 드론 전문가 무함마드 알 자와리는 튀니지 한 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하다 그의 집 앞에서 괴한의 총격에 살해됐다. 범인은 자와리와 함께 드론 프로젝트를 하던 연구실 동료였다. 수사 결과 이 동료는 보스니아 위조 여권을 사용해 대학에 위장 입학한 모사드 요원이었다.

    2010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한 호텔에선 하마스 핵심 간부 마흐무드 알 마브후흐가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두바이 경찰 조사 결과, 최소 11명의 모사드 요원이 그의 암살 작전에 참여했다. 요원들은 호텔 곳곳에 잠복해 있다가 그의 방에 들어가 약물과 특수전기장비 등을 이용해 질식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모사드는 첩보 영화에나 나올 법한 암살 작전을 수시로 벌여왔다. 적대국인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암살한 이란 핵물리학자만 최소 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선 나탄즈 핵시설의 무스타파 아흐마디로샨 국장이 차를 운전하고 가다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괴한이 차에 붙인 '자석 폭탄'에 살해됐다. 나머지 4명의 과학자도 '오토바이 괴한'의 자석 폭탄에 암살됐다.

    모사드는 안보 위기가 닥치기 전에 미리 잠재적 위협의 '싹'을 제거하는 '선제 공격' '예방 전쟁'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군과 협력해 1981년 이라크 핵시설, 2007년 시리아 핵시설을 공습 파괴하기도 했다. 모사드는 또 '키돈'이란 이름의 암살 전문팀을 두고, 자국 군인과 국민 등을 공격한 인물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끝까지 추적해 암살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것이 재발 공격을 억제하고 국가의 사기 등을 지탱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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