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조폭'은 가고 '작업단'이 왔다

입력 2018.04.21 03:05

정권, 1960년대부터 조폭과 전쟁
'정치 조폭' 대신 '인터넷 작업단'
'드루킹' 여론 조작, 실정법 허술
포털의 댓글, 언제까지 둬야 하나

박은주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
박은주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
미국에 알 카포네, 일본에 야쿠자, 홍콩에 삼합회, 이탈리아에 마피아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김태촌, 조양은 같은 이름이 있지만 '알 카포네'에 비하면 그냥 '스쿠터 탄 배달원' 수준이다.

정치 애호가의 필독서 '남산의 부장들'을 쓴 선배 기자는 이렇게 풀이했다. '의외의 청소 효과'. "'국가대표급' 조폭 조직은 교체되지 않는 정권이 키운다. 우리나라는 후임 대통령이 전임자를 싹 뒤져 감옥에 보내기 때문에 '조폭과 손잡는 정권'은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수시로 대장(大腸)에 내시경을 넣어 '종양(폴립)'을 잘라내니 '암(癌)' 확률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단, 거칠게 헤집다가 장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穿孔)' 사태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 문제. '5년 주기 대장 세척' 효과는 '음지'에서 더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정치 조폭'도 떠오르지 않는다. 자유당 시절의 정치 깡패를 박멸하려 박정희 소장의 '국가재건최고회의'는 1961년 6월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라는 강력한 처벌 근거를 만들었다.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도 비슷했다. 조직을 구성하는 것만으로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과잉 처벌에 대한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법은 작동하기에 무섭다. 조폭들은 실정법의 무게, '정권은 유효가 짧은 상품'이라는 사실에 나와바리(구역)를 쉽게 벗어나지 않는다.

촘촘한 선거법도 일조했다. 지난 2월 예비 군수 후보와 지역민 800명이 산행을 했다. 경남도선관위는 '회비 2만원을 낸 주민들이 5만2000원어치 혜택을 받았다'고 판단, 차익의 10~50배 벌금을 물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러니 '정치 깡패'들이 날뛰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건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세상 오프라인의 얘기다. 온라인에서는 전혀 다른 세상이 돌아간다.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하는데 우리 인터넷 포털은 '광장'이다. 북소리가 울리고 횃불과 죽창이 난무하는 그런 광장.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이 뉴스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공감' '비공감' 같은 감정 표현 기능을 넣고, 댓글 기능을 탑재해 뉴스를 나열해주기 때문이다. 정권 쟁취를 눈앞에 둔 이들로서는 포털 댓글에 안달이 난다. '작업' 세력이 존재하는 이유다.

'문재인 지킴이'였다가 '변절'해 자동 프로그램으로 '반(反)여권' 댓글을 달아 구속된 '드루킹' 김동원(49)씨와 그가 이끄는 조직도 그런 존재였던 것 같다. 이들은 '집단적 지지'를 가장해 여론 조작을 해왔다.

선거법은 담당자들의 '무지(無知)'와 '상상력 빈곤'으로 인터넷에 대한 규정이 허점투성이다. 앞으로 법의 칼날이 여당의 어느 선(線)까지 닿을지 모르겠지만, 선관위나 사정 당국이 번번이 '여론 조작단' 농간에 당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매크로'를 규제하면 다른 기술로 공격해 올 것이다.

미국 포털인 '구글'은 '클릭질'을 아무리 해도 유리한 뉴스 띄우고 불리한 뉴스만 감추기가 어렵다. 구글 검색 알고리즘을 알아내느니, 코카콜라 비법 터는 게 더 쉽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나라에는 "몇 백만원이면 네이버 작업 가능하다"는 업체가 쌔고 쌨다. "우리는 정말 몰랐어요" 하고 포털들은 잡아떼겠지만, 그랬다면 포털 운영할 자격도 없다.

그들은 모르는 척 은근히 조장하며, 한마디로 '반(半)협잡'으로 '대한민국 최고 언론'으로 작동해왔다. 최고는 최고 대우를 해줘야 한다. 걸맞은 책임을 지거나, 댓글 기능을 없애거나. 포털 말고도 농락당할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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