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댓글 공작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일당에게 댓글 작업을 요청한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결국 서울지방경찰청은 20일 김 의원 소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드루킹과 관련됐다는 의혹에 대해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일방적으로 (문자를) 보내온 것이고 의례적 감사 인사를 보낸 적은 있지만 상의하듯 주고받은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기사 인터넷 주소(URL) 10개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김 의원은 '홍보해 주세요'라고 써서 보내기도 했고, 드루킹이 '처리하겠습니다' 하고 답한 대화도 있다.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은 한쪽에서 지우면 상대방 전화에서도 없어진다. 경찰이 수사를 미적대는 사이 대화 대부분은 이미 지웠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그간 김 의원의 해명이 허위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 밖에도 김 의원은 드루킹에게 '시그널'이란 또 다른 보안 메신저로도 16차례 메시지를 보냈다. 경찰이 대화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당시는 민주당 대선 경선을 앞둔 시기였다. 드루킹이 올 3월 김 의원에게 기사 목록 3000여 개를 보냈으며 이 중 일부 기사에 실제로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댓글 여론 조작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두 번째 회견에선 "좋은 기사를 개인적 관계의 사람들에게 보냈고 그런 기사가 혹시 드루킹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로부터 수사 정보를 입수하고 미리 한 자락 깔아둔 것 아닌가. 그나마 이 말도 사실이라고 하긴 어렵다. '홍보해 주세요'라고 해가며 기사 타깃을 정해 문자를 수십 건 교환해놓고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아무리 좋게 봐도 요청이거나 주문이고, 상황에 따라 사주(使嗾), 교사(敎唆)도 될 수 있다. 실제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보낸 기사들에는 댓글이 무더기로 달렸으며 공작단이 개입한 흔적도 있다고 한다. 김 의원의 비서관이 개입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이 비서관은 드루킹에게 '감사합니다' 하는 문자도 보냈고, 지난 2012년 대선 때 불법 댓글 활동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문재인 캠프 SNS 지원단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조직적'이란 수식어까지 붙을 판이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정치 공세"라며 어제는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경남에 내려가 "수사기관이 빨리 조사해 국민 의혹을 털어내야 한다"고 했다. '빨리 내 의혹을 벗기라'고 경찰에 내리는 지시처럼 들린다. 김 의원은 지난 19일 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특검에도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쇼로 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