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일산직업능력개발원에서 만난 최원혁(38)씨는 조그마한 은을 실톱으로 갈며 귀금속공예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11년 전인 2007년 발병한 척수염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었지만 작업에 대한 열의는 불타올랐다.
대학 졸업 후 최 씨는 서울의 한 유명호텔 홍보실에서 일했다. 취업 후 일 년도 채 안 되서 척수염이라는 병에 걸린 최씨는 발병 3년 만에 휠체어를 타야 했다. 친구들이 당당히 생활하면서 인맥도 넓어지고 돈을 버는 것이 부러웠다. 그런 친구들을 볼 때 마다 열등감이 쌓여갔다고 했다.
“정말 허탈했어요. 취업 준비하면서 인턴, 아르바이트, 영어회화 등 준비한 많은 노력들이 한번에 날아갔어요. 억울하고 천벌을 받는 느낌이었어요. 잘못한 게 없는데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며 최씨는 괴로웠던 시간들을 회상했다.
우울증에 빠져 정신과까지 다녔던 최 씨는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살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지금 장애의 상태로 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다. 곱씹어보니 뭔가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했다는 걸 알았다. 결국 경기도 고양시 일산직업능력개발원에서 귀금속공예를 등록하고 배우고 있다. 지난해 2월 입학해서 어느덧 1년이 넘었지만 올해 가을까지는 계속 기술을 연마할 계획이다.
지난해 전국장애인경기대회 서울지역 3위에 입상한 그는 올해 전국대회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최씨는 대회 이후가 걱정이다. 취업을생각하니 큰 업체들도 많지만 작은 건물을 쓰고 있는 업체들도 많아서 휠체어를 위한 경사로와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이 취업을 하게 되면 정부가 엘리베이터와 경사로, 화장실을 건물주 동의하에 개보수 지원을 해주는데 이를 잘 모르는 사업주들이 많은 것 같아 최씨는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창업 쪽으로 생각을 돌리자니 고가의 장비와 창업노하우가 없는게 걸림돌이다. 최 씨는 일산직업능력개발원에서 이런 고가의 장비와 재료를 사용할 수 있는 제도와 창업노하우를 전수해 줄 전문가, 멘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자와 인터뷰를 마친 최 씨는 늦은 밤 다시 어둑해진 작업장으로 향했다. 남보다 더 열심히 훈련해야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이 19일 발표한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15세 이상 장애 인구는 252만 여명 가운데 93만 여명만 취업, 36.9%의 취업률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