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주재 중인 EU 28회원국 대사 중 27명이 연명(連名)으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신실크로드) 프로젝트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고 국제 방송 '독일의 소리'가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외국 대사들이 주재하는 국가를 연명으로 비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독일의 소리에 따르면 EU 대사들은 "일대일로는 중국 정부의 무제한적 보조금을 받는 중국 기업들만 이익을 독점할 뿐 유럽 기업은 동등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업"이라며 "이는 EU의 자유무역 프로세스를 훼손하고 유럽을 속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사들은 또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EU 28개 사이에 분열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보고서는 오는 7월 EU·중국 연례 정상 회의를 앞두고 EU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EU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헝가리 대사만 빠졌다.
헝가리가 서명을 거부한 것은 동유럽의 철도·고속도로·발전소 건설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독일의 소리는 전했다. 낙후한 인프라 때문에 중국의 투자가 절실한 일부 EU 국가가 중국의 인권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한 EU의 결의안에 참여를 거부하는 등 유럽 단합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EU 대사들은 이 보고서에서 자국은 개방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에는 개방을 강요하는 중국의 이중성도 강하게 비판했다. 보고서는 "유럽 정치인들은 중국을 찾을 때마다 '일대일로 가입 서명을 하라'는 중국 측의 압력을 받고 있다"며 "이런 압력은 중국이 악용할 여지가 큰 힘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한 EU 외교관은 "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 영역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의 모호성을 악용해 규정을 위반하는 것을 전혀 꺼리지 않는다"며 "협상 테이블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충분히 수긍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현실에서 바뀌는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어 "중국은 세계화를 자국 이익에 맞춰 변형하고 있다"며 "일대일로는 중국 내 생산 과잉을 해소하고 새 수출 시장을 창조하고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중국의 목표를 추구하는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인도는 최근 "일대일로에 참여해 달라"는 중국의 제안을 또다시 거부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인도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인도 국가 경제정책 기구의 라지브 쿠마르 부위원장은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5회 인도-중국 경제 전략 대화에서 "현재 일대일로의 대표적 사업으로 진행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 건설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영토 분쟁 지역인 카슈미르를 지나기 때문에 인도의 주권을 해친다"며 일대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인도는 작년 5월 중국이 베이징에서 대대적으로 개최한 일대일로 국제 협력 정상 포럼에도 아시아 주요국 중 유일하게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