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19일 국정원 댓글 공작 지시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징역 4년을 확정했다. 2012년 대선 때 사건이 터지고 2013년 6월에 기소돼 4년 10개월 만에 결론이 났다. 현 집권 세력은 5년간 집요하게 추궁했고 검찰과 경찰은 자기들 사무실까지 압수 수색하며 파헤쳤다. 국가 기밀이 가득한 국정원 서버까지 뒤졌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국가기관이 댓글로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다는 점에서 국민 분노를 샀다. 드루킹 댓글 공작 사건도 국정원 대신 사조직을 이용했다고 해도 형법이나 선거법 위반인 것은 같다. 다른 것이 있다면 국정원 댓글 사건은 전(前) 정권의 국가기관에 대한 수사이고, 드루킹 댓글 사건은 현 정권의 핵심들에 대한 수사라는 사실뿐이다. 드루킹 댓글 공작단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원했다. 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대선을 전후해 그 조직과 여러 차례 접촉했고, 대선 후에는 청와대가 그들의 인사 청탁을 무시 못 하고 민정비서관이 관련 인물을 만났다. 민주당은 그를 선거 관련 고소·고발 명단에서 지워달라고 했고, 대통령 부인이 선거 행사에서 그들을 직접 찾아 격려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런데도 경찰과 검찰의 수사는 국정원 댓글 수사 때와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경찰은 지난 두 달간 혐의가 상당한 자들에 대해서도 압수 수색은 않고 '알아서 내달라'는 식의 임의 제출 요청을 했다. 심지어 드루킹 공범들 계좌도 임의 제출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댓글 때는 동료 검사를 자살까지 이르게 할 정도로 수사를 밀어붙였던 검찰도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검은 바른미래당이 수사를 의뢰한 드루킹 조직 대선 댓글 조작 혐의를 19일 형사3부에 배당했다. 그러면서 "배당만 한 것일 뿐 수사 주체는 여전히 경찰"이라고 발을 뺐다.
경찰과 검찰은 선거법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국정원 댓글 때처럼 수사하기 어렵다고 한다. 핑계일 뿐이다. 검찰은 드루킹 등 3명을 기소하면서 업무 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얼마든지 수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은 어떤 법으로 수사하느냐가 아니라 진상이 궁금하다. 드루킹 조직 운영 자금도 전 정권 적폐 수사하듯 파헤쳐야 한다. 자기들 주장에 따르더라도 연간 11억원을 썼다. 만에 하나 정치권에서 유입된 돈이 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 부정한 돈을 받아 제공한 것이라면 뇌물 등 더 중한 범죄도 될 수 있다.
검찰은 작년에 이 조직에 대한 선관위 수사 의뢰를 받고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선거법 시효가 지난 것은 이 때문이다. 특검이 도입되면 검찰이 선거법 시효를 넘기기 위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인지부터 밝혀야 한다. 그렇다면 농단이다. 누구의 지시나 결정으로 검찰이 불기소했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검찰은 국정원 댓글 수사를 제대로 안 했다고 동료 검사들을 압수, 수색, 구속한 바 있다. 그 기세를 지금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지금 검·경은 '정부·여당에 흠집을 내거나 모욕을 주려는 사건'이라는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드루킹 사건 중심에 선 김경수 의원이 19일 "특검을 포함한 어떤 조사에도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특검에 응해 이 사건을 빨리 규명하는 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