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싼 SRT 없애는게 철도 공공성 강화?

조선일보
  • 홍준기 기자
    입력 2018.04.19 03:01

    코레일·철도노조 "통합"주장에 국토부 "경쟁체제 대안 마련" 용역
    SRT, KTX보다 요금 10% 저렴… 이용객들 작년 713억원 절약
    "강남 주민만 혜택"도 사실무근

    정부가 2016년 말 출범한 SR(수서발 고속철 운영사)과 코레일을 통합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연구 용역을 18일 발주했다. 두 기관 통합에 대한 공식 검토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SR이 운영하는 SRT는 코레일의 KTX보다 요금이 평균 10% 저렴해 지난 한 해 국민이 아낀 고속열차 요금만 700억원이 넘는다. 경쟁 체제 도입으로 국민 혜택이 오히려 더 커졌는데도, 정부가 불과 1년4개월 만에 통합 검토에 나선 것이다.

    철도 경쟁 체제, 16개월 만에 다시 검토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연구 용역의 명칭은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다. 향후 6개월 동안 연구 용역을 거쳐 올해 중에는 코레일과 SR 통합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이 연구 용역을 발주한 이유에 대해 "현 정부가 '철도 공공성 강화'라는 기조를 내세우고 있어 철도 구조개혁(코레일과 SR의 경쟁 체제 도입 등)에 대한 평가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특히 코레일과 SR의 경쟁으로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코레일과 철도노조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1899년 국내에서 철도가 처음 운행된 이래 117년 만인 2016년 도입한 경쟁 체제를 '공공성 훼손 우려'를 이유로 1년 4개월 만에 다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그동안 "SRT 운행으로 KTX 승객이 감소해 코레일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그 결과 새마을·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를 운행하기 어렵게 되는 등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국토부는 사실상 'SR의 경쟁사'인 코레일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해 이번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이다. 연구 용역의 내용도 "코레일·SR 분리 구조에 대한 최적 대안을 제시하라"고 했다. 한 철도 전문가는 "현재의 경쟁 체제는 문제가 있으니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검토하라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작년 한 해만 요금 인하 효과 713억원

    SR에 따르면 경쟁 체제 도입으로 지난해 국민이 아낀 고속열차 요금은 713억원에 이른다. SRT 요금이 KTX보다 평균 10% 저렴하기 때문이다. SR 측은 "지난해 SRT 이용객은 총 1946만명으로, 이들이 KTX 대신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SRT를 이용하면서 아낀 금액은 1012억원"이라며 "수서역이 서울역·용산역보다 남쪽에 있어 SRT 운행 거리가 최대 17.5㎞ 짧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요금 인하 효과는 713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요금 인하 혜택이 '수서역 인근 서울 강남 주민들에게만 집중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SR이 지난해 수서역 이용 고객들의 거주지를 조사한 결과 수서역이 위치한 강남구 거주자가 14.4%, 인접한 송파구 거주자는 13.2%로 조사됐다. 그러나 나머지는 경기도(19.7%), 부산(9.1%), 대구(6.1%), 광주(5.4%) 거주자 등으로 나타났다. SR 관계자는 "전국 각지에서 서울 강남 지역으로 가기 위해 상행선 SRT를 타는 사람들이 요금 할인 혜택을 더 많이 누린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체제 도입이 오히려 철도 공공성을 강화했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SRT와 경쟁을 통해 KTX의 서비스가 이전보다 개선됐다. SRT 개통 이후 코레일도 특실 견과류·과자 제공 서비스 도입, 스마트폰 예매 앱 개선 등 KTX의 서비스 개선에 나섰다. SRT 영업 수입의 50%를 '선로 사용료'로 받는 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국가 철도 부채의 이자보다 많은 영업 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SRT를 개통한 지 이제 겨우 1년 4개월 지났는데 통합 검토에 나선 것은 무리"라며 "저렴한 요금, 경쟁을 통한 서비스 개선, 국가 철도 부채 감축 등이 모두 철도 공공성 개선 사례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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