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되는 7월, 버스 노선·운행 축소 준비하라"

조선일보
  • 홍준기 기자
    입력 2018.04.18 03:00 | 수정 2018.04.18 07:35

    [버스업계 "적자노선부터 폐지할 수밖에…"]

    국토부, 지자체에 공문 내려보내… 7월부터 운전자 1만3000명 부족

    "갑자기 운전자 대폭 확충 못해"
    탄력 근로제 확대하더라도 기사 부족현상 완화 장담 못해

    국토교통부가 최근 "오는 7월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돼 버스 운전자가 부족할 수 있다. 노선 통폐합이나 운행 시간 축소 등 대책을 세우라"는 취지의 공문을 각 지자체에 보냈다. 버스 운전자 부족으로 자칫 대중교통 대란이 석 달 뒤에 빚어질 수 있으니 예방 대책을 지금부터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 공문에는 ▲첫차·막차 시간이나 버스 운행 간격 조정 ▲유사한 버스 노선 통합 ▲대체 교통수단이 많은 노선 폐지 등의 조정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17일 "근로시간이 줄면 버스 운전자를 그만큼 더 확보해야 하지만 버스 업체들이 단기간 내 운전자를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버스 노선이나 운행 시간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6월 중순 정도에는 주민들에게 이 같은 상황을 안내하라고 지자체에 알렸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국토부가 어떤 대책을 세워도 일부 버스 노선 폐지, 운행 시간 축소 등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선버스 근로시간 및 운전자 부족 규모
    국토부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에 따르면 올 7월부터는 1만3000여 명(한국교통연구원 추정), 내년 7월부터는 최대 2만4700여 명(버스연합회 추정)의 버스 운전자 부족 사태가 빚어질 전망이다.

    버스 업종은 지금까지 노사 합의로 근로 시간을 사실상 자유롭게 정하는 '특례 업종'이었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올 7월부터 주 68시간, 내년 7월부터는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된다.

    버스 업계에선 "현재는 이용객이 적은 노선이라도 '대중교통' 취지를 살리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운행하고 있지만, 운전자가 부족하면 적자 노선 폐지 등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버스업계 "단기간에 운전자 확충 무리"

    고용노동부는 이와 관련해 "버스업체들이 기존의 근무 방식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맞게 변경하고 인력도 추가 채용하는 등 근로 환경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버스업계에선 "단시간 내에 운전자를 대폭 확충하기엔 경영 부담이 크다"고 주장한다.

    현재 버스 운전자들은 길게는 하루 14~18시간까지도 근무가 가능한데, 앞으로 하루 8시간 근로에 주 12시간까지만 연장 근로가 가능하게 되면 교대 근무가 불가피해진다. 버스연합회 관계자는 "주 68시간이든 주 52시간이든 버스 운전자를 더 채용해야 한다는 측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며 "버스업체들이 갑자기 운전자를 대폭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는 7월부터 버스 운전자 부족으로 인한 노선 축소, 운행 시간 단축, 그리고 일부 버스 이용객들의 불편 등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 정부와 버스업계 양쪽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버스업계는 인력 신규 채용을 위한 시간과 인건비 상승 등에 대비하기 위해 특례 업종 제외에 5년 정도의 유예 기간을 줄 것을 요구해왔다. 정부 내에선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 적용하면 이 같은 부작용을 일부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탄력 근로제를 확대하더라도 버스 운전자 부족 사태를 얼마나 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탄력 근로제 확대는 아무리 빨라도 내년에야 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건설·IT업계도 비상

    고용부는 최근 "현재 최대 3개월인 우리나라 탄력근로 적용 기간은 독일(6개월)이나 일본(1년), 프랑스(1년) 등에 비해 지나치게 경직적이어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올 하반기 실태 조사를 통해 관계 부처와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실태 조사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탄력 근로제는 노사 합의로 특정 시기의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시기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제도다.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경영계에서 제시해 왔지만 국회는 개정법 부칙에 '2022년 말까지 개선 방안을 준비한다'는 정도의 내용만 담았다.

    건설업계도 '해외 파견 건설 근로자'의 근로시간 때문에 비상이다. 해외 파견 근로자도 국내 기업 소속이면 국내법 적용을 받아 7월부터 주 52시간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선 "이대로라면 기존 인원으로는 공기(工期)를 맞출 수 없다"고 우려한다.

    결국 주당 근로시간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바뀌면서 해외 건설 현장에서는 사실상 현재 두 배 수준의 건설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기술 수준이 향상되고 있고 이들이 저가 수주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만 인건비 인상 압박을 받으면 해외 사업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기술(IT)과 스타트업 기업 등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예컨대 프로그램 개발 업체들은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집중·장시간 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러한 근무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커피 들고 서울시내버스 못탄다…음식물 반입 금지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