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최약체… 그래도 한 방 있죠, 나는 '난놈'이니까"

입력 2018.04.18 03:00

월드컵 두 달 앞둔 신태용 감독
"올해 열리냐 묻는 분 많아… 성과내면 대중 관심도 따라올 것… 올여름도 2002년 같았으면…"

한국 축구 대표팀은 6월 18일 오후 9시(한국 시각) 스웨덴과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 리그 1차전을 벌인다. 월드컵의 성패를 가를 첫 경기를 딱 두 달 앞둔 지금 신태용(48) 감독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막상 벤치에 처음 앉으면 엄청 떨릴 것 같아요. 선수로도 한 번 경험해 본 적 없는 월드컵이잖아요. 그래도 금방 적응할 겁니다. '난놈'답게요."

17일 신 감독이 경기도 성남의 한 공원에서 러시아월드컵 공인구‘텔스타 18’을 등에 얹고 트래핑 하는 모습.
‘난놈’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러시아에서 대표팀과 함께 날아오를 수 있을까. 17일 신 감독이 경기도 성남의 한 공원에서 러시아월드컵 공인구‘텔스타 18’을 등에 얹고 트래핑 하는 모습. 상의는 한국 대표팀이 러시아에서 입게 될 공식 유니폼이다. /박상훈 기자
현역 시절 월드컵 무대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던 신태용 감독은 2010년 40세에 성남 사령탑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정복한 뒤 스스로를 '난 놈'이라 불렀다. '우승 제조기' 주제 무리뉴(5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자신을 '스페셜 원(특별한 존재)'이라고 칭한 것에 빗댄 말이었다.

'난 놈' 신태용은 2016 리우올림픽 사령탑을 거쳐 2017 U―20(20세 이하) 월드컵 지휘봉을 잡았고, 이젠 러시아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세 번 모두 전임 감독이 건강 문제로 사임하거나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상황에서 '소방수'로 중간에 투입됐다. 리우올림픽(8강)과 U―20 월드컵(16강)에선 모두 조별 리그를 통과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때는 부진한 성적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 대신 마지막 9·10차전 감독을 맡아 어렵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하면 "배를 타고 한국에 몰래 들어오려고 했다"고 할 만큼 큰 부담을 이겨내고 얻은 결과였다.

신태용 감독에게 OX로 물었다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팬들의 반응은 차가웠어요. 솔직히 서운했죠. 더 좋은 축구로 팬들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네요. 그러고 보니 2년 안에 올림픽과 U―20 월드컵, 월드컵 사령탑을 다 해봤네요. 전 복받은 감독입니다."

그는 큰 무대에서 맛본 패배가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고 했다.

"리우올림픽 아시아 예선 결승 한·일전에서 2―0으로 앞서다 3골 내주며 역전패했잖아요. 축구라는 종목이 감독이 마음을 놓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그날 실감했어요. 리우올림픽 본선 8강전에선 온두라스를 압도하고도 역습 한 번에 0대1로 졌습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월드컵에선 우리가 한 번 오는 찬스를 살려 이길 수 있다는 거죠."

한국과 함께 F조에 속한 스웨덴·멕시코·독일은 모두 우리보다 한 수 위이다. "우리가 명실상부한 최약체 맞습니다. 그래도 도전자로 부지런히 뛰다 보면 '한 방' 걸릴 수 있잖아요. 사고 한번 제대로 쳐보려고요."

신태용 감독은 기본적으로 주제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처럼 패스 축구를 신봉한다. 최근 손흥민(토트넘)과 권창훈(디종), 황희찬(잘츠부르크) 등이 유럽 무대에서 빠른 패스와 침투를 선보이면서 팬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허술한 수비다. 신 감독은 "수비는 발을 맞출수록 좋아진다. 5월 말 소집 이후 3주간 집중적으로 조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 머릿속에는 이미 최종 엔트리가 80% 이상 정해졌다. 한국 나이 마흔에 올 시즌 8골을 터뜨린 이동국이나 최근 이탈리아 리그에서 교체 출전한 이승우는 월드컵 멤버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 축구의 분위기는 어둡다. K리그 관중석은 휑하고, 대표팀에 대한 관심도 예전 같지 않다.

"요즘에 '월드컵이 올해였냐'고 묻는 분이 많더라고요. 평창올림픽을 보면서 값진 성과를 내면 저절로 대중의 관심이 따라온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2002년 축구로 피가 끓어오르는 경험을 우리 모두 해봤잖아요? 올여름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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