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지친 마음 달래는 계절

조선일보
  • 진유정 카피라이터
    입력 2018.04.18 03:00

    진유정 카피라이터
    진유정 카피라이터
    얼마 전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마지막 날 쌀국수로 아침 식사를 했다는 기사를 봤다. 베트남이 좋아서, 베트남 음식이 좋아서 베트남을 가고 또 가는 나는 그 순간 머릿속에 있는 하노이 국숫집 지도를 펼쳤다. 그 많고 많은 식당 중 과연 어느 식당의 어떤 쌀국수가 뽑혔을까 생각하다가, 만약 내게 추천해 달라고 했다면 어디를 골랐을까 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고민을 시작했다.

    생각은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갔다. '쌀국수 말고 더 깊은 인상을 줄 음식, 베트남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좀 더 특별한 음식은 없을까.' 고심에 고심. 드디어 결론을 내렸다. 나의 최종 선택은 '러우호아'. 우리말로 하면 이름도 고운 '꽃 전골'이다. 왜 이 음식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꽃 앞에서는 누구나 어렵고 힘든 일도 잠시 잊고 웃을 수 있지 않으냐고, 꽃 앞에서는 누구와 함께하든 마음이 따뜻해지고 너그러워지지 않느냐고 말이다. 돌이켜보면 정말 그랬다. 러우호아를 두고 둘러앉은 자리에는 꽃들을 똑 닮은 웃음꽃이 유독 더 크게 피었다.

    러우호아는 생선이나 새우 등 여러 가지 해산물과 함께 각양각색 꽃들을 뜨거운 육수에 살짝 익혀 먹는 음식이다. 부추꽃과 호박꽃, 연보라색 옥잠화, 노란색 낌쩜꽃과 연꽃의 한 종류인 분홍색 숭꽃, 개나리처럼 생긴 디엔디엔꽃, 하얀 써두아꽃까지. 러우호아가 놓인 식탁은 아주 작은 정원 같다. 꽃집이 아닌 채소 가게에서 사야 하는 특별한 꽃들, 쟁반에 옹기종기 담긴 꽃들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기분을 환하게 만들어 준다.

    [일사일언] 지친 마음 달래는 계절
    봄이 되니, 드디어 꽃의 계절이 당도하니 러우호아가 더욱 생각난다. 산수유에서 개나리와 진달래로, 목련과 벚꽃과 라일락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릴레이. 당신은 어디에서 이 멋진 봄을 맞이하고 있는가. 쓸쓸하고 지치고 거칠어진 우리들 마음에 꽃을 처방한다. 먹어도 좋고 키워도 좋고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미세 먼지와 황사 속에서도 꿋꿋이 피는 기특한 꽃들을 보며 이 봄날 힘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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