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손'이라도 괜찮아… 평범한 내가 더 좋으니까

    입력 : 2018.04.18 03:00

    완벽한 주인공만 다루던 미디어… 서툴지만 친숙한 인물 그리며 화제

    못해도 괜찮아. 약간 '지질'하면 좀 어때? 뛰어난 '그들'이 아니라 평범해서 친근한 '우리'를 다루는 콘텐츠가 인기다. 나와는 딴 세상에 사는 완벽하고 화려한 주인공들에게 지쳐가던 시청자들에게 "우리는 다 모자란 인간들"이란 공감대로 힐링을 주며 사랑받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요리 경연쇼‘파티셰를 잡아라’의 한 장면.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요리 경연쇼‘파티셰를 잡아라’의 한 장면. 딸의 멋진 생일상을 위해 출연했다는 주부 대니얼 애리올라(오른쪽)가 전문 파티셰가 만든 케이크를 따라 만들고 있다. /넷플릭스
    올해 넷플릭스에서 새로 연재된 콘텐츠 중 가장 많이 화제가 된 건 요리 경연 쇼 '파티셰를 잡아라(nailed it)'다. 제목처럼 아마추어 제빵사 3명이 전문 파티셰가 만든 작품을 똑같이 따라 만드는 리얼리티 쇼다. '금손'이 만든 3단짜리 고급 웨딩케이크는 '곰손'을 거쳐 흘러서 녹아내리는 피사의 사탑으로 완성되고, 성안에 갇힌 공주의 예쁜 얼굴은 꾀죄죄한 몰골로 재탄생된다. 기존의 요리 경연에서 보지 못했던 해괴망측한 완성품에 어이없는 웃음이 삐져나온다. "나의 목표는 멋있는 케이크를 만드는 거예요"라며 호기롭게 경연에 뛰어든 아마추어들은 헐레벌떡 작품을 완성한 뒤 세상 그 누구보다 뿌듯한 표정으로 외친다. "nailed it(해냈어요)!"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낯선 사람들에게 내보인다는 것은 '흑역사 안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공개된 이 콘텐츠는 성인이 된 출연자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이 10대 때 썼던 일기를 관객 앞에서 읽어 내려가는 다큐멘터리. "일기장에게. 나와 제일 친한 친구 데비가 잭이랑 사귀기로 했대. 잭이 데비를 차 버렸으면 좋겠어." 오랫동안 간직해 왔던 일기장을 집어 든 출연자들이 스스로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지질한' 과거를 드러내면, 좌중에선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온다.

    MBC 예능‘전지적 참견 시점’에 참여해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 이영자 매니저 송성호씨.
    MBC 예능‘전지적 참견 시점’에 참여해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 이영자 매니저 송성호씨. /MBC
    평범한 '우리'를 다루는 TV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강력반 형사가 아니라 지구대 경찰의 일상을 그린 tvN 드라마 '라이브'가 대표적. 이 드라마는 전국에서 사건이 제일 많다는 '홍일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순경들의 애환을 그린다. 드라마 속 경찰들은 연쇄 살인범을 잡거나,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대신 취객들 등을 두드려주고, 택시비를 놓고 시비가 붙은 승객과 기사를 중재한다. 드라마를 쓴 노희경 작가는 "TV와 언론에 비친 일부 경찰들이 아니라 우리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지구대에서 일상의 소소한 정의를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달 시작한 MBC '전지적 참견시점'은 연예인 뒤에 가려져 있던 매니저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연예인과 함께 일하는 매니저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예능으로 연예인보다 출연하는 매니저들이 더 화제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방송인 유병재 매니저 유규선씨는 소셜미디어 팔로어 수가 7만5000명에 달하고 팬카페도 생겼다. 매니저와 함께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이영자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다른 데서 팀장님(매니저)을 탐낸다. 섭외도 많이 들어온다"며 그 인기를 전했다.

    완벽하지 않아 서툴고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시청자들은 너무 먼 존재인 재벌, 의사, 톱스타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기보다 나와 친숙한 인물들에게 공감하고 감정이입을 한다"며 "그동안 방송이 주목하지 않았던 새로운 직업군이라 색다른 재미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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