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거닐며… 고구려 벽화, 신라 황룡사, 백제 금동관을 느끼다

    입력 : 2018.04.18 03:00

    제41회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된 1711년 통신사 임수간의 시 공개
    "차이 인정하고 서로 이해해야"

    "조선 통신사가 쓴 시(詩)입니다. 작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통신사 사료 중 하나이지요."

    지난 10일 일본 시모노세키 아카마(赤間)신궁 책임자인 미즈노 궁사가 300년 전 사료를 특별 공개했다. 1711년 통신사 부사였던 임수간(1665~1721)이 쓴 시의 실물이다. 조선에서 가져온 고급 종이에 날렵한 초서로 흘려 썼다. 1185년 겐페이 내전 중 시모노세키 앞바다에서 여덟 살 어린 나이에 죽은 안토쿠(安德) 천황을 애도하는 내용이다. 임진왜란 직후인 1604년 사신으로 온 사명(송운)대사의 시운(詩韻)을 따라 지었다. 이날 이곳을 찾은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단' 243명 교사는 표구한 액자를 든 미즈노 궁사와 연신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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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 참가 교사들이 시모노세키 아카마 신궁에서 한국과 일본의 교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곳은 역대 조선 통신사가 일본 본섬에 도착했을 때 머물던 숙소였다.
    신궁의 옛 이름은 아미타사(寺). 역대 통신사 일행이 일본 본섬에 도착해 짐을 풀던 숙소였다. 1443년 통신사 신숙주도 이곳에 머물며 앞선 통신사 고득종의 시를 보고 그 운을 따라 글을 지었다. 신숙주는 훗날 "일본과 우호를 잃지 말라"고 유언했다. 류성룡이 이 말을 '징비록'에 적었다. 미즈노 궁사는 "역대 통신사가 쓴 시 16수가 있었다고 전하는데 지금은 이것 하나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일본 주요 유적지를 방문해 바람직한 한·일 관계를 모색하는 '제41회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이 지난 8~13일 열렸다. 조선일보가 주최하고 신한은행·GS가 후원하며 대한항공이 협찬한 이 행사는 미래 세대를 가르치는 초·중·고 선생님을 초청해 1987년부터 매년 1~2회 개최하고 있다. 그동안 1만8800명 교사가 참가했다. 한일관계사 전문가 손승철 강원대 명예교수, 고대사 전공 서정석 공주대 교수, 불교사 엄기표 단국대 교수가 현장 해설을 맡았다. 손 교수는 "역사는 유적과 유물을 낳고, 유적과 유물은 역사를 증언한다"면서 "한국과 일본은 선사시대 만남부터 적대·공존·대결을 거쳐 현대에서 재회한 긴 역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카마 신궁 미즈노 궁사가 1711년 통신사 임수간의 시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아카마 신궁 미즈노 궁사가 1711년 통신사 임수간의 시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이한수 기자
    2000년 교류의 역사는 유적과 유물이 보여주고 있었다. 규슈 후나야마 고분 기념관에는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금동관과 금동신발을 그대로 빼닮은 유물이 전시돼 있다. 아스카의 다카마쓰 고분에는 고구려 벽화 같은 사신도와 채색 치마를 입은 여인 그림이 그려져 있다. 나라 호류지(法隆寺)에는 늘씬한 몸매를 드러낸 '백제관음상'이 자태를 뽐내고, 교토 고류지(廣隆寺)에는 우리 국보 83호와 쌍둥이처럼 닮은 목조 반가사유상이 탐방단을 맞는다. 서정석 교수는 "이 유물이 한반도에서 전래되고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문화의 아류라고만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면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작 이제는 사라진 우리의 옛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라 도다이지(東大寺)의 거대한 대불에서 지금은 터만 남은 경주 황룡사의 당시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엄기표 교수는 "황룡사가 아직 남아 있다면 도다이지 같은 규모였을 것이고, 신라 사람이 만든 담이 지금 있다면 호류지의 아름다운 흙담 같은 모양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류와 갈등, 우호와 침략의 거리는 가까웠다. 통신사 숙소인 아카마 신궁 바로 옆에는 청일전쟁강화기념관이 서 있다. 일본은 전쟁 승리 후 본격적으로 한국 침략의 길에 들어섰다. 탐방 교사들은 우호와 갈등의 현장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옥서연 경남 웅천고 역사교사는 "교과서에서 보던 유적·유물을 직접 답사하면서 두 나라의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하는 지혜를 고민하게 됐다"면서 "이번 학기에 새로 개설한 동아시아사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건일 전남 대덕중 사회교사는 "한반도 것으로만 생각했던 유물에 다른 학설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이 뜻깊었다"면서 "다른 의견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역사적이고 과학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자세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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