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야? 뷔페야?… 탕비실은 지금 진화 중

    입력 : 2018.04.18 03:00

    다과 준비할 때 쓰던 탕비실, 사내 분위기 파악 공간으로 여겨
    샐러드바와 전용 위생사 배치도 "작은 공간이 부서 간 벽 허물어"

    탕비실(湯沸室)이 진화하고 있다. 다과(茶菓)를 준비하는 이 공간이 회사 분위기를 결정하는 곳으로 여겨지며 세련되게 변하고 있다. 이직 잦은 IT 업계 종사자 사이에선 "스타트업 분위기를 파악하려면 사무실이 아니라 탕비실 먼저 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송금서비스 앱 '토스'를 개발한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에는 늘 커피콩 볶는 냄새가 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사무실에 들어서면 회사가 고용한 바리스타가 커피 내리는 모습이 가장 먼저 보인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바리스타 3명이 교대로 커피와 다과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음료 종류만 40여 종. 매주 '미세 먼지 퇴치를 위한 생강 주스' 같은 특별 메뉴를 개발해 먹는 재미를 더한다.

    사진 1~3
    ①탕비실이 회사 분위기를 좌우하는 공간이 됐다. 비바리퍼블리카에서는 바리스타를 고용해 직원들에게 40여종의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②에어비앤비코리아 탕비실엔 건강식이 가득하다. ③우아한형제들은 층마다 다른 콘셉트로 탕비실을 꾸몄다. 사진은 스키점프를 테마로 한 탕비실. /비바리퍼블리카·고운호 기자·우아한형제들
    이 회사 프로그램 개발자 한영후(27)씨는 "기침을 하거나 안색이 안 좋아 보이면 바리스타가 몸 상태를 물어보고 건강 상태에 맞는 차를 만들어준다"며 "큼직큼직한 복지 제도도 좋지만 피부에 직접 와 닿는 건 회사의 이런 작은 정성과 배려"라고 했다.

    공유숙박업체 '에어비앤비코리아' 탕비실엔 호밀빵·견과류·연근튀김 등의 건강식과 15종류가 넘는 과일과 채소가 담긴 샐러드바가 있다. 냉장고에는 유기농 주스가 가득하고, 탕비실 한편에는 각종 차와 흑맥주 디스펜서(버튼을 돌리면 원하는 분량만큼 나오는 기계)가 놓여 있다.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인스턴트 음식과 과자는 아예 안 뒀다. 탕비실 위생을 관리하는 직원 한 명이 따로 있다. 직원 박지원(31)씨는 "직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탕비실에서 작은 파티를 준비하는데, 이번 달은 내가 '벚꽃'을 주제로 만들어진 과자와 음료를 준비해 직원들에게 나눠줬다"며 "이 공간 덕에 업무상 접점이 없는 동료와도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탕비실이 그 회사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식당 검색 앱 '포잉'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트러스트어스' 사내 카페에는 큼직한 주방이 들어서 있다. 외식업 관련 업체답게 직원들이 원하면 퇴근 시간 이후에 사람을 불러 모아 요리를 해먹을 수 있고, 한 달에 한 번씩 유명 셰프를 초청해 요리 교실도 연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유명한 음식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개발한 회사 '우아한형제들'은 육상·피겨·높이뛰기 등 각종 올림픽 종목을 콘셉트로 탕비실을 층마다 다르게 꾸몄다. 새로운 운동 기술을 개발한 선수들처럼 혁신적인 시도를 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우아한형제들 류진 홍보이사는 "직원들이 탕비실을 '수돗가'라고 부른다. 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인 곳에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는 뜻"이라며 "작은 스타트업에서 직원 수 500명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하며 생긴 부서 간 벽을 이 작은 공간이 허물어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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