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아버지'와 김중업… 도면으로 남은 그들의 고뇌

입력 2018.04.18 03:00

'김중업, 르코르뷔지에를 만나다' 展

김수근과 함께 한국 건축을 이끈 1세대 건축가 김중업(1922~1988)은 현대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1887~1965)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다. 그는 1952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1회 국제예술가대회에서 우연히 만난 르코르뷔지에로부터 프랑스 파리에 있는 자신의 아틀리에에 한번 오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이를 귀담아들었던 김중업은 그해 10월 르코르뷔지에의 아틀리에를 찾아가서 그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마침 일손이 부족하던 르코르뷔지에는 흔쾌히 그를 받아들였다. 이후 김중업은 3년 2개월 동안 르코르뷔지에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12개의 건축 작업에 참여했다.

르코르뷔지에 작품인 인도 아메다바드의‘쇼단저택’.
르코르뷔지에 작품인 인도 아메다바드의‘쇼단저택’. 김중업이 도면 일부를 그렸다. /김중업건축박물관
김중업 30주기를 맞아 경기 안양 문예로에 있는 '김중업건축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지난달 31일 시작한 전시 '김중업, 르코르뷔지에를 만나다'전은 그때의 흔적을 되돌아보는 전시다. 파리 근교에 있는 자울 주택, 낭트의 유니테 다비타시옹, 인도 아메다바드의 방직자협회 회관, 인도 찬디가르의 의사당 등 김중업이 참여한 르코르뷔지에 주요 작품 10개의 도면과 스케치, 건축 모형 등 250여 점이 전시됐다.

320여 장의 도면을 눈여겨봐야 한다. 도면 여백에 '밤은 어둠을 암탉처럼 품고 말이 없다' 등 한글로 적힌 메모와 그림을 보면 당시 그의 고민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각 도면 위쪽엔 르코르뷔지에가 '통과했다'는 의미로 한 사인과 함께 'dessin par KIM'이라는 표시가 있다. 김중업이 도면을 그렸다는 뜻이다.

1957년 한국으로 돌아온 김중업은 르코르뷔지에와 일하며 배운 지식으로 주한 프랑스대사관, 유유제약 안양공장 등을 설계했다. 곡선으로 된 지붕을 사용하거나 건축 뼈대 틈을 벽돌로 메우는 기법이 르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은 디자인으로 알려졌다.

은미 김중업건축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김중업이 르코르뷔지에의 아틀리에에서 일했던 시절에 대한 자료는 논문 하나만 있을 정도로 연구가 안 돼 있다"며 "이번 전시는 르코르뷔지에 재단과 협력해 김중업이 당시 아틀리에에서 어떤 작업에 참여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그만의 건축 세계를 구축했는지를 볼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6월 17일까지. (031)687-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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