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중앙선관위의 '위법' 결정으로 2주일 만에 물러난 것은 문재인 정부의 8번째 차관급 이상 인사 검증 실패 사례다. 안경환 법무·조대엽 노동 장관 후보자를 필두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이유정 헌법재판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줄줄이 낙마했다. 이 중 김 전 원장과 안경환·조대엽 후보자는 검증 책임자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같은 참여연대 출신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 실패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조 수석은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도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민정수석실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권은 반성과 사과가 아니라 선관위를 공격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선관위 결정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여론 눈치를 본 무책임한 해석"이라고 했다. '선관위를 조사하라'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또 떼로 몰려들고 있다. 이 역시 '드루킹' 댓글 공작단과 같은 수법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의원 시절 피감 기관 돈으로 세 차례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 의원 만료일을 앞두고 남은 후원금을 땡처리하듯 자신이 관련된 연구소에 기부했다. 금융회사의 대관(對官) 업무 담당자를 상대로 수백만원대 강좌를 운영했다는 의혹도 있다.

지금 여당은 야당 시절인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의 6번째 차관급 이상 낙마자가 나오자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얼마 뒤 대통령은 야당 지도부에 "인사 문제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는 문 대통령 사과 가능성에 대해 '모른다'고 했다. 높은 지지율을 믿고 오만과 오기가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