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중국, 한국의 '협력 동반자' 맞나?

  •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입력 : 2018.04.18 03:15


    北 여성 근로자 옌볜서 대거 이동… 中 묵인 속에 '대북 제재' 구멍
    북 미사일 개발 돕는 정황도 포착… '굴종 외교' 벗어나 中 속셈 直視를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가 무너질 조짐이다. 이달 초 옌볜자치주 허룽에선 북한 여성 근로자 400여 명이 한꺼번에 시내를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문을 닫았던 북·중 합자 의류·봉제 공장들이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수출 금지 품목인 북한산 수산물이 단둥과 훈춘의 식탁에 오른다. 중국 당국의 지침과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작년 9월 이후 제대로 '약발'이 먹히기 시작한 유엔 대북 제재가 반년도 안 돼 중국 쪽에서 구멍이 뚫리고 있다. 김정은-시진핑 회담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은 입으로는 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녹음기처럼 반복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돕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가령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려면 PNT (positioning, navigation, timing·위치 설정, 항법, 시간 설정) 기술이 필요하다. 이것은 미사일이 목표 지점으로 정확하게 날아가게 유도하는 기술이다. PNT는 GPS(위성 항법 체계) 신호로 작동하는데 북한은 자체 위성이 없다. 지금까지 모두 중국 위성을 사용해왔다. 북한이 미사일로 한·미·일을 위협할 때 그 뒤에는 중국이 있었다.

    또 탈북자 증언에 따르면, 평양 미래과학자 거리에는 조선족 과학자 단지가 있다고 한다. 북한의 미사일 '관성 항법 장치' 개발을 도운 중국 조선족 기술자들을 위해 북한이 지어주었다는 것이다. 평양 군사 퍼레이드 때마다 위용을 과시하는 미사일 운반 차량(TEL)도 중국산이다. TEL이 움직이면, 한·미군의 북 미사일 탐지는 그만큼 힘들어진다. 이것이 '비핵화와 평화'를 강조하는 중국의 진짜 얼굴이다.

    중국에는, 언행일치를 고집하는 도덕군자보다 상대를 속여 이익을 얻는 사람을 더 유능하다고 보는 문화가 있다. 속는 사람이 바보지, 속이는 사람은 잘못이 없다는 사고다. 온갖 계략을 모아놓은 '삼십육계(三十六計)' 같은 책이 잘 팔리는 이유다. 기만과 선전술은 국가 간에도 적용된다.

    시진핑은 보아오 포럼에서 "인류는 개방이냐 폐쇄냐 하는 중대 기로에 서있다"며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하고 '개방 전도사'를 자처했다. 이 말만 들으면 중국은 선(善)이고 미국은 악(惡) 같다.

    실상은 어떤가? 미국에선 중국의 모든 웹사이트가 열리지만, 중국에선 미국의 페이스북, 구글, 뉴욕타임스 같은 사이트가 막혀있다. 중국 당국이 차단한 탓이다. 구글, 페이스북의 중국 내 비즈니스도 불가능하다. 중국 당국은 한국의 카카오톡도 열었다 닫았다 불편을 주어, 중국인들이 자국의 '위챗'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이것이 '중국식 개방'이다. '개방'을 외치며 개방된 외국 시장을 마음껏 이용하면서, 자국 시장은 온갖 장벽으로 보호하는 게 중국의 수법이다.

    중국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한·중 관계의 외교적 수사가 얼마나 공허한지 알 수 있다. 이제 한국인들은 중국에 대한 착각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중국의 한반도 전략은 북한은 물론 남한까지 자기 영향권에 넣는 것이다. 사드 철폐 압박과 경제 보복, 전투기 서해 침범 등 외교·군사·경제 정책이 이 목표에 맞춰져 있다.

    중국을 '적(敵)'으로 돌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저들의 진짜 속셈을 알고 국익을 지킬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사드 외교처럼 '중국의 자비'를 구하는 굴종 외교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중국이 갖지 못한 것, 모르는 것, 중국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카드를 쥐고 대응할 때 원하는 것을 얻는다. 중국이 트럼프를 만난 정의용 안보실장을 환대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 다가온다. 중국은 '쌍중단(북핵-미사일 활동과 한·미 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 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동시 추진)' 카드로 북한과 입을 맞추고 있다. 베이징의 관심이 '염불(북한 비핵화)'과 '잿밥(평화협정, 그다음은 미군 철수)' 어디에 있는지 읽어야 한다. 중국을 제대로 아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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