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트럼프·김정은 회담 前에 韓·美 정상이 답해야 할 질문

  •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입력 : 2018.04.18 03:17 | 수정 : 2018.04.18 13:23

    주한 미군 떠나면 서울 무사할까… 北 '평화 공세'는 제재 효과 아닌가
    정상회담 잔뜩 기대만 부풀었다가 산산조각 나지 않으려면
    北核 폐기·대북 제재에 대해 韓·美 행정부가 미리 합의해야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지난주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업무를 시작했다. 국무장관 지명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상원 인사청문회를 마쳤다. 두 사람과 짐 매티스 국방장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대사 등으로 이뤄진 미국 고위 외교·안보팀이 처음 다뤄야 할 외교 정책 과제 중 하나가 다음 달이나 6월 초 열릴 미·북 정상회담이다.

    불과 몇 달 전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북한에 대한 제재가 소용없다면 미국은 '2단계'로 움직일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전 세계에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그는 (북한과) 충돌할 것에 대비하는 듯 보였다. 만일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군사 공격만이 유일한 해법이란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미·북 정상회담이 정말 성사된다면 잘되든지, 적어도 크게 실패는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실패를 피하려면 미국과 북한이 이 회담에 임하는 상대방 처지에 대해 현실적 기대를 가져야 한다. 큰 위험 부담 중 하나는 양측 기대가 완전히 상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비핵화' 개념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고 했다. 트럼프에게 이 발언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해체할 준비가 됐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선대 김일성·김정일의 유훈(遺訓)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것을 뜻한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자. 북한은 (비핵화의) 보상으로 미국의 '위협' 제거나 '안보와 체제 보장'에 대한 확신을 기대한다. 북한에 비핵화란 한·미 동맹을 깨고 한국에서 미군을 쫓아내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을 제거하기 위한 구실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비핵화에 관심이 있다'는 평양발 발언은 미국이 기대하는 것처럼 과거와 결별하는 일이 아니다. 이 발언은 '미국이 (북한과) 거래를 원한다면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treaty commitment)을 끝내야 한다'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성공하려면 양쪽이 말하는 비핵화가 무엇인지, 더 정확히 말하면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의 분명한 의미를 끌어낸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한국과 미국은 성공적 미·북 정상회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분명한 목적을 공유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요구할 거의 유일한 조건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약화일 것이다. 북한이 핵 폐기에 적극 나서도록 하기 위해 미국이 주한 미군을 줄인다면 서울은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한국과 미국은 트럼프-김정은 회담 전에 이 질문에 함께 답해봐야 한다.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어떤가. 북한이 '평화 공세'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제재 완화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기초한 대북 제재가 효과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국제 제재로 북한의 원유 수입량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석탄 수출이 금지됐으며 가스나 쌀, 생필품 가격이 올랐다. 북한은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이 더 악화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이 이끄는 새 안보팀은 북한이 핵 폐기에 진지하게 접근한다는 구체적 신호를 발견하기 전에 대북 제재나 압박을 완화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진짜 의도에 대해 매우 회의하게 될 것이다.

    한·미(韓·美) 공조에 틈이 없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한·미 양국 행정부는 대북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북한이 그 전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미리 합의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적정 수준의 기대를 설정하되 이번 회담이 긴 과정의 시작일 뿐 결코 정점(頂點)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 당장 합의가 어려운 구체적 사항은 내려놓고 큰 틀에서 원칙적 합의를 한다면 그것이 현재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미·북이 경계해야 할 가장 큰 실수는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하늘 높이 띄웠다가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에 부딪혀 그 기대를 땅에 떨어뜨려 산산조각 내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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