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K-팝 열전] SM은 무슨 꿈을 꾸는가...아이돌 넘어 월드와이드 미디어로

  • 김작가 대중문화평론가

    입력 : 2018.04.18 06:00

    SM이 키이스트와 FNC애드컬쳐 인수한 진짜 이유
    전 세계 유례없는 SM의 약진… 넷플릭스, 디즈니 꿈꾸나

    최근 SM의 행보는 계속 신인을 데뷔시키는 것보다는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그 자체를 수익 모델화시키는 쪽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아마존이 자사 내부용으로 개발한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을 아마존 웹 서비스라는 세계 독보적 1위 상품으로 발전시킨 것처럼 말이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SM타운 페이스북
    근거는 2016년 발표한 다섯 개의 신사업이다. △1년 52주 동안 매주 다양한 형태의 음원을 선보이는 ‘STATION’, △EDM 전문 레이블인 ‘스크림(ScreaM) 레코드’와 EDM 페스티벌 런칭, △노래방과 영상제작 공유, 셀러브리티 관심사 기반의 SNS 기능을 아우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누구나 신인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스타가 직접 참여하는 라디오, 웹 드라마, 예능 등을 다루는 멀티 채널 네트워크(MCN)이다.

    이 다섯가지 신사업은 두 묶음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그동안 축적해온 스타 메이킹 시스템을 엔터테인먼트 산업화시킨다는 거다. 아이돌 산업의 꽃은 당연히 멤버들이다. 하지만 멤버들 뒤에는 수많은 인력이 있다. 그들을 돌아가게 만드는 시스템이 있다. 매주 한 곡의 음원을 발표하며 인력 활용을 극대화한다.

    EDM 레이블을 설립해서 프로듀서 인재풀을 강화한다. 기존 시스템을 일반에 오픈, 닫힌 생태계를 열린 생태계로 전환한다. 아이돌 그룹을 내세우지 않아도 되는 EDM 페스티벌을 통해 아이돌에 가려진 프로듀서 집단을 또 다른 스타로 만든다. 이런 흐름은 기존 아이돌 시스템을 돌리기 위한 자원을 또 다른 주인공으로 만들 수 있다.

    ◇ 키이스트와 FNC애드컬쳐의 인수...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의 주도권 쥘까?

    두번째, SM 스스로가 미디어가 되겠다는 거다.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과 MCN이 그것이다. 충성도 놓은 다량의 팬층을 확보한 스타라면 방송은 물론이고 다른 기존의 뉴 미디어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이 플랫폼을 굴리기 위한 콘텐츠 확보에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올해 SM 최대의 이슈는 키이스트와 FNC애드컬쳐의 인수였다. 키이스트는 배용준을 비롯한 배우 매니지먼트사이며, FNC애드 컬쳐는 유재석 등이 속해있는 연예인 매니지먼트다. 자회사인 SM C&C에 이미 가수 외의 연예인들이 속해 있었지만 새로 인수한 회사들의 라인업과는 격이 다르다.

    구상의 화룡점정은 역시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트와이스 등이 소속된 JYP, 방탄소년단의 빅히트와 손잡고 추진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음악 플랫폼 서비스다. 음악 시장에서 마지막 ‘을’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기존 음원 사이트 생태계에서 벗어난 독자적 거래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유통 과정’이 생략된 직거래 방식의 생태계 말이다.

    이 큰 그림이 완성된다면, SM의 미래는 유니버설 뮤직 같은 대형 음악 기업 정도에 머물지 않는다. 콘텐츠와 미디어, 그리고 플랫폼과 유통망을 모두 보유한 엔터테인먼트 제국이다.

    SM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그룹 엑소(EXO)/엑소 페이스북
    산업의 역사는 포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헨리 포드가 생산성 강화를 위해 도입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은 생산성 강화와 비용 절감을 극대화했다.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핵심축의 하나다.

    인간의 기계화, 부속화라는 어두운 면을 낳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그런 면에서 한국 대중음악 산업의 포디스트(Fordist) 기업이다. 개인의 역량 대신 기획력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을 가요계에 도입했다. 시장의 수요 변화를 예측한다. 이에 맞는 개념을 설정한다. 연습생 오디션 및 캐스팅을 거쳐 오랜 트레이닝 후 데뷔시킨다.

    ◇ 만약 SM의 시스템이 없었다면? 아이돌은 춤만 추는 붕어 됐을 지도

    SM의 새로운 아이돌이 언제 데뷔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연예 뉴스 톱에 오른다. 싸워서 이기는 단계를 지났다. 이겨 놓고 싸운다. 데뷔하는 순간 이미 스타가 된다. 컨베이어 벨트가 도입된 후 포드 자동차의 주인공은 숙련된 장인이 아닌 헨리 포드, 혹은 포드사라는 시스템이었다. 마찬가지다. SM(혹은 다른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의 주체는 멤버 개개인이 아니다. SM이라는 시스템이다.

    만약 SM의 시스템이 없었다면? 1996년 H.O.T. 이전 시대를 상징했던 수많은 스타와 마찬가지로 가요계에서 데뷔와 성공은 개인의 재능과 운이 절대적인 변수였을 거다. 동방신기 이전과 마찬가지로 아이돌은 춤만 잘 추고 노래는 못하는 ‘붕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보아 이전과 마찬가지로 국내 시장을 넘어서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샤이니 이전과 마찬가지로 10대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2011년 파리에서의 SM타운 콘서트가 없었다면 K-팝이라는 신조어는 좀 더 늦게 일반화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돌 산업의 분기점에 늘 SM이 있었다.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을 타파하며 정반합 적으로 성장하고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양적, 질적인 면에서의 시스템 강화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 결과 SM은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곡을 모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다른 기획사들이 내부 작곡팀이나 국내 프로듀서들만을 음악 풀에 두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에프엑스와 레드벨벳의 음악은 이런 다양한 풀이 없었다면 성립하지 못했을, 독보적인 A&R(Artist and Repertoire 음반회사의 신인 발굴팀)의 승리다.

    지난 6일 두바이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콘서트/SM타운 페이스북
    해외 진출을 위해 현지인 멤버를 기용하는 걸 넘어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서구 작곡가들과 협업한다. 자원 수급뿐만 아니라 제조까지 해외 공장에서 담당하는 다국적 기업을 연상케 한다. 아이폰의 기획과 디자인만이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에서 이뤄지는 걸 생각해보라.

    지금, SM이 월드와이드 미디어로 도약하고 있다. 그 꿈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조금씩 색이 채워지고 있다.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아시아에서도, 유럽에서도 전례가 없었다. 두 가지 모델이 있다. 플랫폼을 바탕으로 콘텐츠 산업의 틀을 깨고 있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바탕으로 플랫폼까지 진출하고 있는 디즈니. SM은 무엇을 꿈꾸는가.

    ◆ 김작가는 대중음악평론가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남들보다 좋아했다. 사회에 나와서 짧게 다른 일을 하면서도 음악과 연관된 삶을 살더니 자연스럽게 음악에 대해 쓰는 게 업이 됐다. 추상적인 음악을 구체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그 안에 담겨 있는 감수성을 끄집어 내는 걸 지향한다. 저서로는 음악 애호가로서의 삶을 그린 <악행일지>가 있으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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