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문제없다" 버티다→선관위에 떠넘기고→"자진사퇴"

    입력 : 2018.04.17 03:01

    [청와대, 논란인사 임명 철회 않고 자진사퇴 수순으로 책임 또 회피]

    文정부 출범 이후 낙마한 고위직 후보자 모두 자진사퇴
    靑, 논란 일면 줄곧 "지켜보겠다"… 후보자 사퇴하면 "본인의사 존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논의한 결과 국회의원 시절 '기부금 땡처리' 부분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김 원장 임명 직전과 각종 의혹이 제기된 이후인 지난 9일 두 차례에 걸쳐 조국 민정수석이 김 원장을 검증한 뒤 '적법하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결론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김 원장 임명 당시엔) 민정 설문지에 정치자금 처리에 대한 항목이 없었다"고 했다. 선관위가 이날 '위법' 판단을 한 기준이 당시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증하지 않은 것일 뿐 부실한 검증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야당들은 이에 "청와대가 인사 검증 기준을 마련 못한 것이 거듭된 인사 실패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느냐"고 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서울 마포구 저축중앙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 간담회를 마친 후 간담회장을 나서고 있다. 김 원장은 이날 선관위의 ‘위법’ 판단이 나오기 전 이 행사에 참석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서울 마포구 저축중앙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 간담회를 마친 후 간담회장을 나서고 있다. 김 원장은 이날 선관위의 ‘위법’ 판단이 나오기 전 이 행사에 참석했다. /뉴시스
    김 원장은 국회의원 임기 막판인 지난 2016년 '선거법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난다'는 당시 선관위 답변을 받고도 더불어민주당 내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이날 보도 자료에서 "국회의원이 비영리법인 등의 구성원으로서 종전 범위를 벗어나 특별 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113조 위반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김 원장이 피감 기관 돈으로 로비성 출장을 갔다는 의혹에 대해선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면서도 "이런 행위가 위법한지는 출장 목적과 내용, 비용 부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고 했다. 추가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입장을 유보한 것이다.

    이런 선관위 판단이 나온 이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해외 출장에 대해서는 민정이 검증했다. 그 부분은 (여전히) 적법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김 원장의 경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비용으로 미국·유럽 출장을 간 뒤 해당 기관 예산을 3억원가량 증액하는 데 기여하는 등 해외 출장에 대가성이 있었다는 정황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향후 검찰 수사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기식 의혹에 대한 중앙선관위 결정
    김 원장은 이러한 선관위 결정이 발표되자 즉각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그간 김 원장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이후 '사퇴는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그럼에도 여론이 점점 악화되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김 원장 의혹 중에서 위법 행위가 나오면 사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김 원장이 사의를 밝히자 청와대는 "(김 원장)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 후보자들은 모두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음주 운전, 주식 내부 거래 등의 전력(前歷)으로 인한 논란에 일단 해명·사과하고 버텼다가 논란이 가라앉지 않으면 자진 사퇴하는 수순을 밟았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는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지켜보겠다"고 했고, 후보자가 사퇴하면 "본인 의사를 존중한다"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인사 책임론을 비켜 갔다.

    이번에도 청와대는 시간을 계속 끌다가 김 원장 거취에 대한 판단을 선관위로 돌렸다. 결국 선관위 '일부 위법' 결정이 나오자 김 원장은 청와대의 내정 철회가 아닌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나게 됐다. 이에 대해 야당들은 이날 "청와대가 이번에도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선관위로 돌린 것"이라고 했다. 홍득표 인하대 명예교수는 "유사한 인사 논란이 불거져 청와대가 곤란해질 때마다 선관위 같은 독립 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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