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안철수 지지율 치솟을 때 "文후보 지켜라" 댓글작전 지시

조선일보
  • 박상기 기자
    입력 2018.04.17 03:01

    [댓글 조작 파문]

    "선플 달고 악플에 비추 눌러라" 대선때 사실상 댓글부대 이끌어
    '박근혜 십알단' 비판했던 민주, 이번엔 "개인 차원의 범죄"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혐의로 구속된 김모(49·필명 ‘드루킹’)씨가 작년 대선 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혐의로 구속된 김모(49·필명 ‘드루킹’)씨가 작년 대선 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필명 ‘드루킹’ 김모씨 블로그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김모(49·필명 '드루킹')씨가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댓글을 조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김씨는 경찰 수사에서 2016년부터 댓글 조작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체포 직전엔 페이스북에 "2017년 대선 댓글 부대의 진짜 배후를 알면 멘붕 하게 될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김씨는 작년 4월 4일 자기 블로그에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 기사 댓글은 문재인을 깎아내리는 댓글로 도배가 될 것"이라며 "댓글을 달아 그를 지켜야 한다"고 썼다. 이날은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다음 날이다.

    김씨는 일주일 뒤엔 "(박근혜 정부가) 1시간에 6만개 댓글을 생산하는 기계들을 동원하고 있다"며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기계 로봇에 맞서 싸우는 혁명군 지도자 존 코너처럼 저는 여러분에게 기계들과 맞서 싸우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지면 오프라인에서도 진다"며 구체적 대응법을 나열했다. 김씨는 "어떤 기사에 3000개 이상 댓글이 무서운 속도로 오로지 악플만 달려서 올라오면 그 기계가 사용된 것"이라며 "선플이 있으면 '추천'을 누르고 악플은 '비추'를 누르는 '두더지 잡기'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네이버에선 하루에 댓글을 20개까지만 달 수 있으니, 20개 선플을 달고 그다음부터는 선플 추천과 두더지 잡기만 해주면 된다"며 "'가장 많이 본 뉴스 정치 기사' 8개는 반드시 선플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과 경쟁한 당시 안철수 후보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안 후보가 일부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를 앞서거나 초접전 양상을 보였을 무렵이었다. 김씨는 당시 '안철수=MB아바타'라는 주장도 처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대선 후인 작년 7월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네이버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고 이런 것을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회원들에게 계속 주지시키면서 준비했다"며 "대선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런 댓글 활동은 선관위 조사로 이어졌다. 선관위는 김씨가 운영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건물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현장 조사를 나갔다. 하지만 김씨 측이 조사를 거부해 여의치 않자 5월 5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장 조사를 하지 못했지만) 대선이 며칠 안 남은 상황에서 조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찰에 넘겼다"고 했다.

    민주당은 2012년 대선 때 불법 댓글을 올린다는 제보를 받고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을 찾아 '증거확보'를 이유로 35시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해 감금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이라고 부르며 일부 사무실을 찾아내기도 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이번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해선 "개인 차원의 범죄"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선관위 관계자는 "김씨 등이 지속적으로 댓글 조작을 하고 이를 민주당 측에 '보고'했다면, 민주당의 사조직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캠프 측과 연계해 조직적 댓글 활동을 했다면 불법이라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씨가 순수한 의도로 그런 활동을 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댓글조작의 대가로 그들의 인사 청탁이 청와대에 전달됐는지는 기자회견이 아니라 수사에서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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