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개편안 '폭탄 돌리기'

입력 2018.04.17 03:01

[大入제도를 석달만에 여론으로 결정?]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 '하청',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위에 '再하청'
국가교육회의, 공론화 과정 거쳐 8월초에 교육부에 단일안 전달
교육 현장 목소리 반영 불투명 "이해관계 복잡해 勢싸움 될 것"

현재 중3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안'을 신고리 5·6호기처럼 공론화 방식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16일 밝혔다. 국가교육회의는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론화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8월 초까지 최종 권고안을 확정해 교육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히 건설 여부를 결정한 신고리 공론화 과정과 달리 대입 제도는 정시·수시 선호 여부 등 학생과 학부모가 처한 형편에 따라 이해관계가 복잡해 석 달여 만에 공정한 의사 결정을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2022학년도 대입 제도가 사실상 연쇄 '하도급' 방식으로 결정된다는 점도 문제다. 교육부가 최소 108가지 정책 조합이 가능한 시안(試案)을 국가교육회의에 전달하면서 "한 가지를 정해주면 따르겠다"고 한 데 이어 국가교육회의도 이날 ▲쟁점 중에서 무엇을 공론화 대상으로 정할지 등에 대한 결정은 '대입특별위원회'에 맡기고 ▲'공론화위원회'에는 수능 평가 방법(절대·상대평가, 원점수제도) 등이 포함된 5~6가지 안을 국민 토론에 부쳐 국민이 선호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대입 제도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지 않고 사실상 뒤로 숨어버린 것이다.

대입특위는 교육회의 위원 4명과 대교협·전문대교협·시도교육감협의회가 추천하는 3명, 학계 등 교육 전문가 4명, 언론인 2명 등 13명으로 구성된다. 공론화위는 갈등 관리, 조사 통계 분야 출신 전문가 7명 내외로 다음 주까지 구성될 전망이다.

2022학년도 개입 개편 방안 도출 과정 그래픽

국가교육회의가 16일 발표한 '대입 개편 공론화 추진 방안'에 따르면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은 크게 다섯 단계를 거쳐 결정된다. ①국가교육회의 내에 대입특별위원회(13인)를 구성해 다음 달까지 대입 개편 공론화 범위를 설정→②조사·통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7인)를 별도 구성해 올 6~7월 중 국민 여론 수렴→③공론화위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안을 대입특위에 제시→④국가교육회의가 단일안 확정해 8월 초 교육부에 전달→⑤교육부가 올 8월 중 최종 확정 발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위·공론화위가 대입 결정"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이화여대 전 총장)은 "다양한 국민 요구와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단순하고 공정한' 대입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결정을 떠넘긴 것처럼 교육회의도 특위와 공론화위 등으로 넘기는 하청, 재하청으로 대입 제도를 정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공을 넘긴 것도 정책 결정 책임을 넘긴 것인데, 국가교육회의에서 또다시 특위로, 공론화위로 넘겼다는 것이다.

8월까지 시간이 석 달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대입안을 결정할 공론화위는 아직 인선조차 끝나지 않았다. 국가교육회의는 '다음 주까지 공론화위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7명의 위원 명단을 공개할지도 불투명하다. 국가교육회의 관계자는 "특정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로비에 나설 수 있어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국가교육회의는 "교육부가 건넨 쟁점 가운데 '수시·정시 통합 여부' '학생부 종합 전형과 수능 전형의 비율' '수능 절대평가·상대평가·원점수제 등 수능 평가 방법' 등 세 가지는 반드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능 최저 학력 기준 폐지 여부' '수능 과목 구성' 등 나머지 쟁점은 "대학특위가 공론화 여부를 결정하되 공론화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에는 교육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넘긴 개편 시안 가운데 상당 부분을 다시 교육부로 되넘겨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특위위원장은 이날 "공론화위가 추진할 논의 범위는 온라인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김진경 위원장은 전교조 초대 정책실장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교육문화수석을 지냈다.

"이해관계 복잡…결국은 세력 싸움"

이해관계자에 따라 견해차가 큰 대입 제도를 공론화 과정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으냐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유지와 학종 전형 축소를 주장하는 청원이 10만건 이상 지지를 받고 있는데, 진보 성향의 교원 단체와 일부 시민단체는 절대평가를 지지하고 있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원전과 달리 교육정책은 학종 유리, 수능 유리 등 학부모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수도권대와 지방대 선호 현상 등이 다르다"면서 "여론 수렴을 하더라도 결국은 세(勢) 싸움 이상이 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원 단체들은 한목소리로 "학교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비판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대입특위에 (초·중·고) 현장 교원이 포함될 가능성이 작고, 공론화위 산하 자문위 등에도 학교 현장 의견이 반영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했다. 전교조도 이날 "대입 개편안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려면 현장 교사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국가교육회의가 제안한 일정을 보면 형식적이고 졸속적인 과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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