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67] 미세 섬유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입력 : 2018.04.17 03:12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요즘 우리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무엇일까? 단연 미세 먼지일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더불어 높아지고 있는 통일에 대한 기대도 미세 먼지를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다.

    일기예보를 살펴보는 이유가 날씨의 맑고 흐림이 아니라 미세 먼지 상태의 좋고 나쁨을 알기 위함이 된 지 오래다. 미세 먼지가 아이들 건강을 해칠까 두려워 이민까지 고민한단다.

    엎친 데 덮치는 것 같지만 미세 먼지뿐 아니라 미세 섬유도 걱정해야 한다. 신축성과 편리함 때문에 많은 사람이 즐겨 입는 나일론, 폴리에스터, 스판덱스, 플리스 등은 모두 플라스틱으로 만든 섬유다. 예전에는 기능성 의복으로나 입던 것을 요즘은 일상복으로 널리 애용하고 있다. 커튼, 카펫, 쿠션 등에도 고분자 인공 화합물이 들어 있다.

    이런 것에서 날려 나오는 엄청난 양의 입자들이 미세 먼지가 되어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중에 떠다닌다. 이들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미세 섬유 조각이 떨어져 나와 이내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미세 섬유는 이미 생수, 맥주, 꿀 등에서 검출되었고, 굴, 조개, 생선 등 어패류가 먹고 그걸 또 우리가 먹고산다. 심지어는 몸에 좋다는 천연 소금에도 미세 섬유가 들어 있다. 환경학자들에 따르면 강과 바다의 퇴적층에 미세 섬유가 켜켜이 쌓여 있단다.

    최근 태평양과 카리브해에서 킬로미터(㎞) 단위의 '플라스틱 섬'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게 더 무섭다. 물 위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건져낼 수라도 있지만 물속에 녹아 든 미세 섬유는 걸러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 게다가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에는 독성(毒性) 화학물질이 별나게 잘 들러붙는다.

    미세 먼지와 마찬가지로 미세 섬유도 생성 과정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되도록 천연섬유 제품을 애용하고 지나친 '유행 바라기'보다 고상한 빈티지(vintage) 스타일을 권한다. 세탁기의 편리함에 기대어 혹시 빨래를 너무 자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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