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통령 개헌안 이대로는 안 된다

  •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헌법학

    입력 : 2018.04.17 03:14

    憲法은 사회통합 위한 최고 가치… 개헌안은 분열 조장하고 편향적
    '지방分權 국가'·'법관 해임' 등 헌법 테두리 벗어난 규정도 많아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헌법학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헌법학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놓고 말이 많다. 그러나 이 개헌안은 그대로 통과돼선 안 된다. 국민이 한마음으로 바라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줄이고 국회를 개혁하며 사법권 독립을 강화하는 내용이 빠졌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이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내용상의 잘못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헌법은 분열된 사회 공동체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최고의 공감적인 가치 규범이다. 그런데도 개헌안은 오히려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편향(偏向)적인 가치를 너무 많이 담고 있다. 다수 국민이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 너무 많다.

    먼저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主權)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하는 우리 헌법의 출발점이고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 제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고 추가했다. 그 조항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권력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는 취지로 이해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권력분립'에 관한 내용이어서 '국민주권'을 강조하는 제1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다. 구태여 둔다면 지방자치 규정의 첫머리에 들어가야 하는 내용이다.

    분권(分權)국가라는 말도 통용되는 헌법 개념이 아니다. 국가 권력을 나누어 권력 행사의 남용과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헌법 개념은 권력분립의 원칙이다. 국가 형태와 관련해서 연방국가라는 헌법개념은 있어도 지방분권국가라는 헌법 개념은 없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제1조에 지방분권국가라는 말을 추가하는 것은 난센스다.

    또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라고 헌법에 규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 지방정부는 연방국가에서 독립적인 입법·행정·사법권을 갖는 주(州)정부를 지칭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헌법은 헌법의 일정한 규범적인 테두리를 벗어나면 안 된다. 그런데 '지방분권국가'니 '지방정부'니 하는 말은 단일 국가인 우리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규정이다. 헌법 체계에 어긋나는 이런 말을 헌법에 담는다고 해서 지방자치가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개헌안에서 강화했다는 기본권 조항도 헌법의 통일성에 어긋나는 조문(條文)이 한둘이 아니다. 기본권을 사람의 권리와 국민의 기본권으로 나누는 경우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일관성을 잃은 기본권 조문이 많다. 집회 결사의 자유는 당연히 국민의 기본권인데도 그 주체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법원의 재판받을 권리를 '사람의 권리'로 인정하면서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국민의 권리'로 규정했다. 그렇다면 재판받을 권리가 있는 외국인에게는 공정한 재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 청원권(請願權)은 인권이 아니라 참정권의 일종인 국민의 기본권이다. 신설된 '안전하게 살 권리'는 국가가 재해 예방 및 국민 보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는 선언적인 규범에 불과하다.

    한 나라의 수도(首都)는 국가의 상징물인 국기(國旗), 언어와 함께 헌법사항이지 법률사항이 아니다. 그런데도 개헌안에는 우리나라의 수도를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수도 이전(移轉) 공약으로 재미를 봤다는 대통령이 있듯, 앞으로 특정 지역의 환심을 사기 위한 득표(得票) 전략으로 수도 이전이 대통령선거의 공약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관을 징계 처분으로도 해임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법관의 신분 보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사법권의 정치 예속을 가속화할 위험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한 글자도 수정해서 통과시킬 수 없기 때문에 결코 통과돼서는 아니 된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