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거인멸' 시간 준 경찰과 덮은 검찰, 특검뿐이다

      입력 : 2018.04.17 03:20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주모자인 김모씨가 지난해 대선 직전 중앙선관위에 불법 선거사무소 개설 혐의가 포착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는 지난해 5월 초 김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 출판사 건물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현장 조사를 하려 했으나 김씨 측 관계자들의 제지로 실패했다. 선관위는 "조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검찰은 지난해 11월 김씨 등을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재인 후보가 낙선했다면 검찰이 어떻게 나왔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김씨는 지난 1월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댓글 조작을 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 수백 건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김씨가 지난해 5월 대선을 전후해 소셜미디어에 개설한 대화방에 여러 차례 참여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김씨와 공범 두 명을 구속한 뒤 20여 일이 지나도록 김 의원에 대해서 수사하지 않았다. 이미 김 의원 관련 사실을 다 파악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내용은 청와대에도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김 의원에게도 알려졌을 것이다. 경찰은 검찰에 보낸 수사 기록에서도 김 의원 관련 부분을 뺐다. 경찰이 증거인멸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닌가. 그렇다면 심각한 범죄다.

      서울경찰청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김씨가 김 의원에게 일방적으로 문자를 보낸 것이며 김 의원은 대부분 읽어보지도 않았다"며 김 의원에 대한 무혐의를 예단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경찰은 사건 관련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자 지난주 허겁지겁 관련 수사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선관위가 지난해 대선 직전 김씨 사무실을 조사하려다 실패한 장면은 2012년 대선 직전인 12월 초 민주당 문재인 후보 진영이 "국정원 직원이 박근혜 후보 측 불법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오피스텔 빌딩 앞에서 대치했던 상황과 너무 닮았다. 검찰은 2012년 대선 댓글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국정원 전직 간부 6명을 구속한 것을 비롯해 모두 30명을 사법처리했지만 이번에는 검찰도 경찰도 미적대고 있다.

      김씨의 파주 출판사 사무실에서는 휴대전화 170여대가 발견됐다. 네이버 같은 포털 업체들이 댓글 조작을 막기 위해 인터넷 주소별로 댓글 수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핸드폰을 구입한 것이다. 억대에 가까운 돈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가 운영한 출판사는 8년 동안 책 한 권 내지 않으면서도 월 수백만원대 임차료를 한 번도 밀리지 않고 냈다. 김씨 사무실에는 밤마다 불이 켜져 있었고 30~40대 수십 명이 북적거리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목격했다. 김씨가 외부 지원 없이 장기간 이런 식으로 사무실을 운영해 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여당 국회의원 비서진이 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한 사실이 드러나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 사안"이라며 특검을 요구했고 여당은 받아들였다. 검찰은 선관위가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의뢰한 김씨 사건을 뭉개 버렸고, 경찰은 김씨 사건에서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 이름이 튀어나오자 안절부절못하며 미적댔다. 이런 검경이 앞으로 이 사건을 수사해서 결과를 내놓는다 해도 국민은 믿지 않을 것이다. 특검밖에 없다. 특검의 첫 번째 수사 대상은 경찰의 증거인멸과 검찰의 덮기 여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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