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임원들의 불법 정치 후원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황창규 KT 회장을 피의자로 소환 조사한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오는 17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KT 전·현직 임원들이 2014~2017년 국회의원 90여 명에게 총 4억3000만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와 관련, 황 회장이 이를 지시했거나 보고 받는 등 관여했는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KT 본사와 자회사를 압수수색한 뒤,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KT가 회삿돈으로 대량 구입한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일명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건넸다고 보고 있다. KT는 개인 연간 정치기부금 한도가 5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해 회사 임원 수십 명의 명의로 평균 200만~300만원씩 쪼개기 후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으며,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경찰은 KT 측이 특히 통신 정책 관련 입법과 KT가 주요 주주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를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법후원금을 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황 회장을 상대로 정치 후원금 조성을 직접 지시했는지와 후원금 기부 행위를 사전에 인지(認知)하고 있었는지를 집중 확인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최근까지 CR 부문장을 맡았던 맹 모 사장을 상대로 황 회장에게 직접 보고했을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황 회장을 조사한 뒤, 수사 상황에 따라 추가 소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국회의원들이 기부금 출처를 알고 있었는지 등도 조사해 위법성 유무를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