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문자만 수백개… 김경수는 자기 문자 지웠나

입력 2018.04.16 03:00

[댓글 조작 파문]

- 두 사람의 이상한 대화창
텔레그램 메신저, 상대방 휴대폰 속 내가 보낸 문자도 지울수 있어
정치권 "일방적으로 메시지 보내는 관계면 인사 부탁 가능했겠나"

댓글 추천 수 조작 혐의로 구속된 더불어민주당 당원 김모(49·필명 '드루킹')씨는 보안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으로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접촉했다. 경찰은 "압수한 김씨 휴대전화엔 김 의원에게 보낸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만 수백 개 남아 있다"고 했다. 김씨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감사 인사 정도만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김 의원이 김씨에게 '감사 인사' 이외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고 단정할 순 없다. 텔레그램에는 보낸 메시지 삭제 기능이 있다. 김 의원이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삭제했을 수 있다는 것이 보안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선 전부터 김씨만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김 의원이 메시지를 삭제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했다.

일방적 대화였나, 김 의원이 삭제했나

텔레그램은 일반 대화와 비밀 대화 두 가지 기능이 있다. 비밀 대화에서 한 사람이 삭제 기능을 사용하면, 두 사람의 휴대전화에서 그동안 나눈 모든 메시지가 동시에 삭제된다.

민주당원 댓글 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오른쪽에서 둘째) 민주당 의원이 14일 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민주당원 댓글 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오른쪽에서 둘째) 민주당 의원이 14일 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덕훈 기자
김씨와 김 의원은 일반 대화 기능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보낸 메시지는 상대 휴대전화에서 지울 수 있지만, 상대의 메시지까지 삭제할 수 없다. 만약 김 의원이 '일반 대화'에서 삭제 기능을 사용했다면, 김씨 휴대전화엔 자신이 보낸 메시지만 남는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의 텔레그램 접촉은 지난해 5월 대선 전부터 올해 2월까지"라고 했다. 김씨는 김 의원에게 댓글을 조작했거나 조작 대상으로 추측되는 '기사 목록'을 보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대선 당시) 수많은 지지 그룹이 연락해 오기 때문에 내가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다"면서 "(김씨의) 텔레그램이나 실제 보내온 메시지들이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텔레그램은 정치권에서 인기가 높다. 보낸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는 보안 기능 때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캠프를 비롯한 다른 후보 캠프에서도 보안이 필요한 이야기는 텔레그램으로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 문자 삭제 어떻게 가능한가
경찰은 메시지 삭제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 기능상 한쪽이 대화를 지우면 일방 대화처럼 비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은 같은 혐의로 김씨와 함께 구속된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휴대전화는 아직 암호를 풀지 못해 조사하지 못했다. 이 휴대전화에서 다른 메시지들이 나올 수 있다.

김씨, 최근까지도 김경수 지지 글

김 의원은 "김씨가 대선 전 무리한 인사 부탁을 해서 거절했고, 이에 김씨가 불만을 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치권에선 "김 의원 주장처럼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받는 관계였다면, 인사 부탁까지 할 수 있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경찰과 검찰이 김 의원의 지시 여부를 명확히 밝히고, 텔레그램 메시지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씨는 최근까지도 김 의원을 지지하는 듯한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두 사람의 관계가 지속됐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지난달 초 김씨는 페이스북에 '경남은 김경수 의원이 나갈 것, 이번 지방선거 최대의 승부처는 영남이 되겠군요'라고 남겼다. 대선이 끝난 후인 작년 7월 16일에는 '김경수 의원, 탁현민 행정관 열심히 일해서 문 대통령을 도와주세요. 파이팅!'이라고 적었다.

김 의원에 대한 애정도 표했다. 작년 11월 말에는 "김경수 의원은 노무현의 수줍어하는 면과 생각이 마무리 지어지고 난 뒤에야 떼어지는 입을 많이 닮았구나"라고 썼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드루킹 사이비교주說' 급격히 퍼지자… 野 "꼬리자르기" 안소영 기자
청와대·민주당 비웃은 '드루킹 페북글' 살펴보니 박성우 기자
與, 사과 대신 "김경수 보도 언론에 책임 물을 것" 이옥진 기자
유승민 "드루킹, 文 대통령과 추악한 거래 있었나 밝힐 것" 송기영 기자
홍준표 “댓글·여론조작, 조작된 나라 오래가지 않아” 이창환 기자
"드루킹, 김경수 찾아가 오사카 총영사 인사청탁… 거절당해" 정우상 기자
靑, '드루킹 행정관 인사청탁' 사전 인지 여부에 "모르겠다" 박정엽 기자
드루킹 "2016년부터 댓글 공작"… 대선 전후까지 수사 확대 김수경 기자
김경수 의원 "민주당원 댓글 연루 보도 사실 아냐" 김참 기자
한국당 "檢, 김경수 강제 수사 나서야" 변지희 기자
바른미래당 "김경수, 어설픈 거짓 변명…특검 불가피" 변지희 기자
민주당 "드루킹, 김경수에 오사카 총영사 청탁했다 거절당해" 변지희 기자
"김경수-드루킹 메시지에 기사 제목·URL 있었다" 이다비 기자
"불나방 일탈" "특검 가자"… 김경수 댓글연루 논란 변지희 기자
김성태 "드루킹 수사 은폐·축소하면 특검 도입할 것" 유병훈 기자
검찰, 댓글 공작 혐의 '드루킹' 등 3명 이르면 내일 기소 오경묵 기자
드루킹, 체포 직전 "대선 댓글 진짜 배후 알려줄까?" 박상기 기자
홍준표 "댓글로 일어선 정권, 댓글로 망할 수 있어" 유병훈 기자
닉네임 '드루킹'의 뜻은 무엇일까…게임 마법사 캐릭터에서 따와 최락선 기자
드루킹, 대선 때 댓글 조작?…野 "특검·국정조사해야" 이옥진 기자
유시민·노회찬·안희정… 드루킹 행사에 '거물급 연사' 윤형준 기자
드루킹 묵비권… "김경수 얘기 안해, 유리한 부분만 진술" 김형원 기자
드루킹은 오사카 총영사 人事 미리 알았다? 박성우 기자
'10·4 행사'도 주도한 드루킹… 심상정·유시민과 앞줄에 이다비 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