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브란덴부르크 신국제공항(BER)의 개항이 당초 계획보다 연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건축 예산도 2배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건축·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했던 독일의 자존심이 구겨졌다.

독일은 베를린의 기존 테겔, 쇠네펠트 공항이 국제공항으로서 규모가 작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2006년 BER 착공에 나섰다. 당초 개항 시기는 2011년이었다. 하지만 부실한 시공과 설계 변경, 공사비 증액, 경영진의 부패와 비리 논란 등 갖가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개항 시기가 6차례나 연기됐다. 지난해 12월 뤼트케 달트루프 신국제공항공사 사장은 "BER 개항 시기를 2020년으로 정했다"며 다시 개항 시기를 조정했다. 건축 예산도 당초 25억유로(약 3조3000억원)에서 53억유로(약 7조원)로 변경하며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독일 국민은 'BER의 뜻은 무능력' 'BER은 영원히 준비 중'이라는 등의 비난과 조롱을 쏟아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 시각) BER 사례와 함께 최근 독일 건축공학 역사에 굴욕적인 프로젝트들을 소개했다. 함부르크의 엘브필하모니홀 건설은 계획보다 7년 연기됐고, 슈투트가르트역 고속철 개발 역시 수년 동안 공사가 지연됐다. FT는 "고속철은 베를린~뮌헨 구간 첫 운행에서도 예상 시간보다 2시간 이상 더 걸려 웃음거리가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