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7] 풀따기

  •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

    입력 : 2018.04.16 03:10

    풀따기

    우리 집 뒷산(山)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 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던진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헤적헤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여운 이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맘해 보아요.

    ―김소월(1902~1934)

    [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7] 풀따기
    이 소년은 다 어디 갔을까! 내 안의 이 소년은, 우리 공동체의 마음 정원에 살던 이 소년은 다 어디로 숨고 말았을까?

    봄 어느 하루는 소월(素月)을 펼쳐야 하지요. 빛 바랜 책장을 조심히 넘기니 예의 그 소년 여전히 투명하게, 여전히 새롭게 봄 물가에 앉아 있습니다. '뒷산'의 풀과 함께 솟아나온 듯 냇가로 한 발짝 나앉아 풀을 땁니다. 햇빛에도 수줍습니다. 봄과 함께 사랑도 싹터서 마음 허기집니다. 투명 냇물에 투명 푸름의 투명 풀잎을 어른어른 보내는 곳, 아릿한 마음의 허기 속입니다.

    이 즈음의 '스마트폰'의 그 무량한 기능이 저 그리움을 향한 타전(打電)을 당할 수 있을까요? 아직 이 세상이 젊고 순정하고 아리던 시절의 이야기지요. 악취 나는 낯 뜨거운 날들도 저 소년의 봄 나라로 일신(日新)할 수는 없을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아직은 수줍은 저 소년의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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