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이런 '댓글 공화국' 또 있나

    입력 : 2018.04.16 03:16

    '필리핀인들을 굶어 죽게 만들어야 한다.' 2016년 국제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리자 중국 소셜미디어엔 필리핀 상품 불매운동을 부추기는 글이 쏟아졌다. 필리핀이 중국을 PCA에 제소했기 때문이다. 반(反)필리핀 댓글 주도 세력으로 '우마오당'(五毛黨)이 꼽혔다. 중국 당국 지휘 아래 움직이는 '인터넷 댓글 부대'다. 인터넷에 올리는 글 한 건당 5마오(약 90원)를 받는다고 해 붙은 명칭이다. 1000만명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독도 연구자로 유명한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이름을 야후재팬 사이트에 입력하면 욕설로 도배한 블로그와 댓글이 수백 건씩 뜬다. '매국노'란 비난부터 '그의 가족이 궁금하다. 처와 자녀는?'처럼 가족까지 위협하는 글도 있다. 호사카 교수는 해코지가 걱정돼 아내와 자녀 이름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댓글 공격은 한국이 한 수 위다. 이른바 '문빠'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 융단폭격당한다. 댓글 부대의 총공세는 '좌표 찍기'로 시작한다. 

    [만물상] 이런 '댓글 공화국' 또 있나
    ▶민주당 당원 3명이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됐다.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기사에 달린 댓글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가 타깃이었다. 자신들이 확보한 아이디 600여 개를 매크로 프로그램(같은 명령을 반복 수행)에 넣어 해당 댓글을 추천하는 뜻의 '공감'을 자동으로 클릭했다. 이들은 "보수가 댓글 추천을 조작한 것처럼 꾸미고 싶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렇게 하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모든 댓글을 '조작'으로 낙인 찍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머리를 좋은 일에 썼으면 크게 성공했을 것 같다. '나꼼수' 출신 김어준씨는 두 달 전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네이버 댓글 조작 의혹을 먼저 제기했다. 결국 제 발등을 찍었다.

    ▶댓글이 대체 뭐라고 국정원까지 댓글 다는 팀을 운영했다. 댓글 추천 수 조작 논란이 벌어지고, 그 논란을 이용한 조작이 또 벌어진다. 전 세계인이 댓글을 달지만 이 정도로 난리판을 벌이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우리 사회는 '내가 무엇인가'보다 '내가 남에게 어떻게 비칠까'에 유독 민감하다고 한다. 그래서 인터넷에서도 내 생각이 아니라 남들 생각에 지나치게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댓글 파동 속에 숨은 사회심리적 요인은 아닐까.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