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노하우 공개' 고용부 폭주, 두 달간 먼 산 본 정부

      입력 : 2018.04.16 03:20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반도체 생산 시설 배치 등 핵심 기술 공개는 피해야 한다. 외국 경쟁 업체에 유출될 가능성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했다. 산업재해 판정을 위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내부 공정 배치나 사용하는 화학물질 종류 등을 공개하겠다는 고용노동부 결정에 제동을 건 것이다. 고용부가 공개 결정을 한 것이 두 달도 넘는다. 언론, 시민단체 등 제3자가 요구해도 공개하겠다고 했다. 산업부는 기업이 국민권익위까지 찾아가 하소연하는데도 두 달 동안 먼 산만 쳐다보고 있었다.

      새 정부 들어 고용부는 실적으로 치면 최하위권에 들 것이다. 지금 고용 상황은 최악이다. 실업률, 취업자 수 증가 추세, 청년 고용 상황 등 모두 희망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다시피 하다. 그런데도 고용부는 노동 유연성 폐지, 근로시간 단축의 경직된 운영 등 일자리 늘리기의 반대 방향으로 폭주하고 있다. 이제는 국가 최고 최대 산업인 반도체에까지 개입해 수십년 시행착오 끝에 이룩한 제조 노하우를 만천하에 공개하라고 하고 있다.

      이 폭주를 정부 내 아무도 제어하지 않고 있다. 고용부는 산업 자해(自害) 행위를 하면서 산업부와 협의하지도 않았다. 산업부는 정권 내부의 반(反)삼성 기류를 의식해 눈치 보며 엎드려 있었다고 한다. 반도체 업계가 아우성치고 삼성전자가 행정소송에 나서자 그제야 기술 유출 위험성을 거론했다. 산업부는 오늘 삼성전자의 신청에 따라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어 공개 대상 내용이 '국가 핵심 기술'에 해당되는지를 결정한다. 핵심 기술 판정이 내려져도 곧바로 공개가 금지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보다 못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어제 "산업재해 입증과 관련 없는 민감한 생산 공정 정보를 공개 범위에서 제외하고, 공개 대상을 산재를 신청한 근로자와 유족으로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지금 반도체를 빼고는 우리 제조업과 수출을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제대로 된 정부면 반도체 노하우 공개가 아니라 유출을 막을 궁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 사안을 내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한 부처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총리실과 산업부는 긴 시간 동안 쳐다보고만 있었다. 무소신 무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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